생각을 행동으로

밥 한그릇의 소중함과 밥상 차리기
유미호/본회 기획 실장

요즘 우리들의 살림이 예전보다 넉넉해지면서 밥 한 그릇을 가벼이 여기는 이들이 많다. 가정과 식당에서 내버리는 음식물쓰레기로 낭비되는 금액은 하루 404억원, 한 해 동안 총 15조원에 이르는 음식물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지금도 굶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16만명에 이르는 실정을 감안하면 음식을 경시하는 태도가 지나치다.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모른 채 음식물을 남겨 버리는 행위는 하나님과 자연 앞에서 저지르는 죄 중의 하나이다. '사는 동안 남긴 음식이 죽은 후 천국 문 앞에 다 쌓여져 있어서 그것을 다 먹기 전에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흙, 햇빛, 비는 물론이거니와 바람, 벌레, 천둥, 눈과 서리, 구름, 그리고 농부의 땀방울, 하나님의 은혜가 담겨 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성스럽게 받지 않거나 음식을 버린다면,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는 주기도는 더 이상 드려 무엇하랴.

밥 한 그릇의 의미를 아는 자는 하나님을 안다.
밥 한 그릇을 아무 깊은 뜻없이 먹는 자는
하나님도 그렇게 아무 뜻없이 게걸스럽게 먹게 되어
하나님의 거룩을 범하고 자기 생명을 상하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서  감사할 줄 모르고 옷깃을 여밀 줄 모르면
지존자 하나님 앞에서도
감사할 줄 모르고 경외하는 마음을 익히지 못한다.
예수님 말씀하시기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 하셨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다른 생명체를 먹음으로써만 존재한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자기보다 더 낮은 혹은
더 높은 생명에게 밥이 되어 줌으로써 그 존재 의미를 완성한다.
시베리아의 흰곰은 에스키모인의 늙은 어미를 먹고,
에스키모인은 자기 어미를 먹은 그 흰곰을 잡아먹는다.
이것은 생명의 준엄한 철칙이어서
이에 앙탈하거나 저항하는 자는 스스로 생명줄에서 끊긴다.

그러므로 밥 먹는 식탁은 하늘제사 드리는 제단,
숟가락과 젓가락을 잡고 놀리는 내 몸짓은 야훼의 제단 앞에서
소제와 번제물로 제물을 드리는 제사장의 몸짓.
한 알의 알곡, 천지 기운 영글어 뭉친 정기,
한 알의 과일과 한 잎의 푸성귀는
천지조화 빚어 만든 광야의 기적,

한 마리 생선과 육류 고기 한 점은
바다와 대지의 생명 기(氣)를 몽땅 그려 놓은 것.
그것들 속에 영글어 뭉친 정(精)은 기(氣)가 되고 기(氣)는
영혼의 항아리 안에서 발효되어
사상이 되고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을 먹음은
하나님의 손수 지으신 농사양식을 먹음이요
그래서 사랑의 몸으로 구현해 내자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은 하늘 제사드리는 시간이요,
기쁨과 찬양의 시간이다.  

(김경재, '그리스도인의 영성훈련' 중에서)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이현주, '밥먹는 자식에게')

생명을 위한 밥상을 위한 제안

우리의 피와 살, 영혼을 소생케 하는 식사는 밥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밥상은 천지의 은혜와 세상의 정성이 담긴 것들로 채워지고 있는가? 유전자조작식품, 환경호르몬, 식품첨가물, 농약으로 자란 농작물 등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가? 건강한 먹거리로 손수 차린 밥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시 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더불어 먹을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는 다섯 덩이의 빵과 물고기 두 마리일지언정 축사하신 후 오천 명을 배부르게 먹이고나서 "남은 음식을 조금도 버리지 말고 다 모아들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우리들도 다음 수칙들을 지킴으로 예수님의 기적을 우리의 밥상에서 작은 기적으로 되살려 보자.

1. 식단을 짜서 필요한 만큼 구입한다.
2.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3. 음식은 가공식품보다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로 만든다.
4. 제철음식을 먹는다.
5. 육식을 줄인다.
6. 간단한 채소는 손수 지어 먹는다(화분, 텃밭, 주말농장)
7. 먹을 만큼만 조리한다.
8.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낸다.
9. 밥 한톨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10. 식품의 유통기한 확인하고 남은 식품을 적어놓는다.
11. 음식은 가급적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12. 외식을 줄이고,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
13. 손님을 초대할 경우는 참석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검소한 식단을 준비한다.
      남은 음식은 버리지 말고 봉투에 싸서 나눠준다.
14. 채소 다듬은 것과 과일껍질 등은 말려서 퇴비로 쓴다.
15.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모아서 퇴비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