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 유해화학물질
- 크리스챤이 생활 속에서 성찰해보아야 할 일 -
임종한 / 본회 집행위원, 인하대 의대교수, 산돌교회

얼마전에 수돗물에 이어 생수(샘물)에서도 환경호르몬 물질이 검출되었다. 어린이의 장난감에서부터 식기, 생수에까지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어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접촉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36,000여 종, 23,000만 톤에 이르며, 해마다 2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살충제, 방부제, 표백제, 착색제, 방향제, 공기청정제, 방습제, 곰팡이제거제, 습기제거제,  세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가구광택제, 하수구세척제, 유리세척제, 동결 방지제, 접착제 등. 문제는 이들 유해물질 노출이 늘고 있음에도 시민들은 이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생활공간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시민의 알 권리, 선택의 권리조차 박탈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에는 환경부가 PVC 용기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환경호르몬 DEHP 물질이 최대3.87ppb(미국기준6ppb), 같은 유형의 물질인 DEHA도 최대 0.75ppb가 물에 녹아 있음을 발표하였다. 물을 담는 페트병 몸체에서는 DEHP가 최대 382ppb, DEHA는 최대 34.9ppb가 검출되었다. 용기 제조과정도 문제이고 정부의 관리감독 또한 부실하다.

이들 물질은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위적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이다. 이밖에도 살충제와 관련된 물질들이 많으나 다이옥신, PCB, DDT와 같은 기존의 유기 화학물질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 폴리비닐 에톡실레이트 등과 같이 플라스틱 또는 세제와 관련되어 실제 생활에 매우 손쉽게 이용되는 물질도 있다. 일부 중금속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장남감이나 책상, 의자등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플라스틱에  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소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아발육기와 같은 유아용 장난감을 유아가 빠는 경우 환경호르몬으로 규정된 이들 가소제가 용출되어 나오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건강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 생수에서 검출된 환경호르몬도 플라스틱에  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가하는 가소제이다.

이미 유럽연합 등지에서는 플락스틱 가소제가 함유된 어린이 장남감의 생산, 판매 금지 조처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에서는 음용수에서 이들 환경호르몬에 대한 기준치를 두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별다른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야생동물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성기의 왜소화, 혈액중 남성호르몬의 감소, 낮은 부화률, 사망률의 증가, 성비 교란 등과 같은 현상들은 환경호르몬 오염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이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생물 종의 멸종 및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당장에 인간에게 피해를 줄 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남해안 일대에서 해양동물에서 숫컷의 여성화 등 생물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으로서 다이옥신은 누적됨에 따라서 다양한 질환을 촉발한다. 체내에 1kg당 다이옥신 17ng(나노그램, 1ng은 10억분의 1)이 축적되면 남성호르몬이 감소되고 42ng에서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긴다. 1백ng 이상 축척되면 암이 생긴다.

또 이 물질은 다이옥신 노출이 여성의 생리를 일으키게 하는 조직이 자궁내막층을 증식시키고, 또 복막, 나팔관 등 자궁 내막 이외의 부분에서 자궁내막층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증가되는 유방암도 DDT 등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로 보면 다이옥신은 여성의 건강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조물주가 여성에게 부여한 생명의 잉태기능을 파괴시키는 독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모체 내에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환경호르몬 PCB는 태반과 모유를 통하여 유아에게 장해를 일으킨다. 근래에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호르몬들도 모체에는 커다란 장해없이 태아에 장해를 준다고 하는 발생 메카니즘에 있어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한 세대에서의 환경오염의 결과로 체내 누적되는 다이옥신은 다음 세대에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으며, 미래세대에 독성물질 피해의 무거운 멍에를 지워주게 된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환경호르몬이 학습능력, 면역력, 생식능력 등 2세의 능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금의 환경오염이 후손들에게는 끔직한 환경호르몬의 폐해(기형유발, 발암, 성비교란 등)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하나님이 우리 크리스챤에게 내린 시대의 사명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이웃, 자연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이웃과 자연 사랑의 길이고, 이 땅에서의 청지기 직분이라 할 것이다.      

이들 유해물질의 위협에서 자유로우려면, 의식 및 소비형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다소 편리함을 준다고 해서 유해물질 남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물품을 사용하기보다 친환경적인 녹색상품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도록 영적인, 그리고 생활세계의 변화를 크리스챤들이 이끌어가야 한다. 예배의식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설교나 기도, 환경보호와 녹색소비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일, 녹색가게에서 재활용품을 이용하는 일, 지역화폐(녹색화폐)를 받거나 자원활동 기록을 남겨 나중에 이웃으로부터 같은 도움을 받도록 하는 품앗이운동, 유기농산물 구입을 통하여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농촌과 자연을 함께 살리는 일 등. 이웃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과 깊은 영성을 보여주자. 더 이상 인간의 욕심과 죄로 인해 창조질서가 더럽힘을 당하지 않도록 기도와 실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