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힉마당

해방신학자 L , 보프의 생태학
이정배/브설연구소 소장,감신대 교수

레오나르도 보프는 제수이트파에 속한 카톨릭 해방신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의 정의론과 종속이론을 근간으로 남미 특유의 가난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한 우리시대의 의미있는 신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생태학 및 영성에 관한 글을 쓰고 그것들을 책으로 편집해내고 있다. 한글로 번역된 '생태신학'을 비롯하여 'Ecology and Liberation:A New Paradigm'(1995), 그리고 'Ecology and poverty:Cry of the earth, Cry of the poor'(1995) 등이 있다. 이런 책들은 모두 빈곤의 세계화와 환경정의의 문제를 상호관계시켜 이해한 해방신학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전 우주의 해방을 관심하며 자연을 '새로운 가난한 자'(new poor)로 인식하는 발상의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의 문제는 크게 3가지 관점으로 다루어진다. 첫째는 오늘의 환경 위기를 인간중심주의의 사고틀에서 원인을 찾고 탈인간중심주의를 외치는 심층생태학(deep ecology), 그리고 인간의 자연지배를 남성의 여성지배와 같이 보고 여성의 주체성, 영성 회복을 근간으로 하는 여성생태학(ecofeminism)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생태계 파괴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 즉 생태계 위기, 사회적 요인을 상기시키는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 등이 있다. 보프를 중심으로 한 해방신학자들의 생태담론은 일차적으로는 사회생태론과 깊이 연루되고 있으며, 의미론적으로는 여성생태학과도 일정 부분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프는 해방신학과 생태담론을 다음의 관점에서 일치시킨다. 즉 현재 우리들 앞에서 피 흘리며 서 있는 두 약자, 가난한 이들과 자연의 절규에 귀기울이며 그들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빈곤을 재생산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 사회체제 하에서 고통 당하는 민중과 파괴적인 사회 경제체제 및 과학기술에 의해 착취를 당하고 있는 자연은 모두 해방되어야 할 주체라고 하는 사실이다. 더욱 보프는 가난한 민중들도 단순히 물질적 필요가 결핍된 존재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굶주림도 함께 갖고 있다고 보면서 자신의 해방신학에 있어서 '영성'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바, 이것은 모두 자연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서부터 비롯한 것이다. 그럼에도 보프의 생태신학은 생태학적 위기는 언제든 사회적, 생물학적 약자를 통해서 그 실상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가난한 민중들의 삶에 당파적 우위를 두고 있다. "인간의 대해서는 자연의 편에 그리고 남성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자연지배적이며 경제주의적인 서구중심적인 세계관, 가치체계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회정치구조의 변혁을 통해 가난의 악순환도 끊고 소비 지향적인 삶의 양심의 변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보프 역시 생태신학을 위해 인간의 신비적 종교적 체험을 중시한다. 사회변혁, 구조변혁의 힘이 여기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프는 기독교적 신비를 정치적, 해방적 그리고 명상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 기독교적 영성은 현재 상태로서의 세상은 그대로 인정치 않고 창조신비를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변혁시키는데 참뜻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방신학자의 생태 영성을 주목해야 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