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엄나무

쥐엄나무는 지중해 연안에 자생하는 흔한 나무이다. 옛날부터 있었음에도 구약에는 기록이 없으며, 눅 15:16에 "저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라고, 탕자비유에 단 한번 나오는 돼지먹이로 지칭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주염나무와는 콩꼬투리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흔히 동일하게 생각하기 쉬우나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 나무는 10m까지 자라는 상록수(주염나무는 낙엽수)이다. 줄기의 지름이 30cm나 되며, 수관은 둥근 모양이 된다. 잎은 호생(互生)한다. 짝수 우상복엽으로, 잔잎은 3~5쌍이며, 계란형의 혁질인데 광택이 있다. 지난해 자란 가지에, 붉은 색의 꽃술이 꽃으로 보이는 꽃잎이 없는 잔꽃이 이삭 모양으로 핀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양성화(兩性花)이다.

4~5월에 열매가 달린다. 콩꼬투리가 납작하고 폭이 3~5cm에 길이는 15~25cm나 되며,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익으면 갈색으로 변한다. 그 속에 동글 납작한 완두콩 같은 5~10개의 씨가, 단맛이 나는 과육에 파묻혀 있다. 날로 따 먹을 수도 있고, 즙을 눌러 짜내어 이용하기도 한다. 이 시럽에는 당분이 30~50% 들어 있어서,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가난한 원주민들의 식량이 되고 있다.

콩꼬투리는 익어도 벌어지지 않고, 마르면 그대로 떨어진다. 마른 것은 가루를 내어서 엿을 만들기도 하고 알콜의 원료로도 쓰인다. 지금도 아랍인들은 쥐엄열매를 각종 조미료로 요리하여 식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소, 말, 돼지, 닭 등의 가축 사료로도 훌륭하다. 특히 중동의 말타섬에서는 대량 재배되고 있으며 말 사료로서 영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쥐엄나무는 파종해서 결실하여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 일단 다 자란 나무가 되면, 한 그루에서 200kg 이상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열매를 맺는 데에 긴 세월이 걸린다.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탈무드에 있다.

한 젊은 랍비가 지나가다가, 어떤 늙은이가 쥐엄나무 씨를 뿌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랍비는 노인에게 "30년이 걸려야 열매가 달리는데, 이제 씨를 뿌려서 무슨 소용이 되겠소? 열매가 열릴 때 쯤에는 당신은 죽고 없을 텐데요" 하며 비웃었다.

그러자 노인은 "나는 내 자신을 위하여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요. 나는 남이 심은 쥐엄 열매를 먹어 왔으니, 나도 남을 위해 심는 것이란 말이요. 훗날 나의 자식 또는 그 자식의 자식들이 이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하고 대답했다.

그 젊은 랍비는 얼마 안 가서 지쳤다. 그는 숲 속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새 70년이나 세월이 흘렀더라는 것이다. 그 때에는 그 노인이 씨를 뿌린 쥐엄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달았으며, 젊었던 랍비도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 뿐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쥐엄나무를 히브리어로 haruvim(carob)라 하고, 메뚜기를 hagavim(locust)라 한다. 마 3:4에 "세례요한이 약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였더라."라는 대목의 메뚜기는, 성경을 옮겨 쓸 때 'r'자를 'g'자로 잘못 기록하여 성지(광야)에 흔한 쥐엄나무 열매가 메뚜기로 잘못 기록되지 않았나 하는 논란이 있다. 초기의 기독교인들이 쥐엄열매를 '세례요한의 빵'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지금도 뉴욕의 시장에서 쥐엄열매를 '세례요한의 빵'이라 하며 팔고 있다고 한다. 영명은 locust tree(메뚜기 나무)라 하는데, 세례요한의 식량인 메뚜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우리는 중국 성경을 번역할 때 콩꼬투리가 비슷한 주염나무를 연상하여 쥐엄나무 또는 주염나무로 붙였다 한다.

쥐엄나무 열매의 씨는 무게가 균일한 것이 특징이다. 옛날에는 무게를 다는 저울추로 쓰여서 무게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하며 대개 0.2g이다. 보석의 중량 단위를 '캐럿'carat이라 한다. 그리스어의 Keration으로서 쥐엄나무의 학명인 Ceratonia와 어원이 같다. 1캐럿은 200mg이다.

쥐엄나무 열매는 소금물을 달게 하는 효험도 있다고 하는데, 실험해보지는 못했다. 쥐엄나무는 열대식물이지만, 감귤이 월동할 수 있는 지방이면, 재배할 수 있다. 그리고 생육이 더딘 결점은 있어도 수명이 길므로 나중에는 거목이 된다. 제주도 등지에서 교회에 심어 보는 것도 뜻이 있을 성 싶다(최영전, '성서의식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