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망에서 성서읽기

계시록
                            
노영상 / 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계시록은 생태적 전망에 대한 많은 언급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21:1은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에 대해 말한다. 기독교의 구원은 인간 영혼의 구원이란 좁은 영역 내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온 세상의 전적인 변혁을 그 속에 담고 있다. 인간과 더불어 그 인간을 휘감고 있는 환경의 변혁을 계시록은 강조한다. 그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을 계시록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또 저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 두 가지 실과를 맺히되 달마다 그 실과를 맺히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소성하기 위하여 있더라."(22:1-2) 썩은 물 속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물고기들로 냄새나는 강들이 천지인 우리의 환경에, 생명강이란 단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이 없어 마르고, 시들어 가고 있는 식물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는 생명나무에 대한 소망을 갈구하고 있다. 혼탁한 물, 그리하여 한 자 깊이도 잘 보이지 않는 강과 바다가 널려있는 오늘의 환경에서, 수정같이 맑은 물에 대한 희망을 우리는 포기할 수는 없다. 계시록은 그러한 생명나무를 기르는 생명강이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발원하고 있음을 말한다. 오늘의 피폐된 환경의 치유는 하나님의 능력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법을 고치며, 인간적인 노력만으로 우리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계시록은 우리가 하나님의 앞에 바로 설 때, 우리의 생태계도 바로 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본문은 그 생명나무의 잎사귀들이 만국을 소성(therapy)할 것이라고 한다. 환경문제는 한 나라 내의 문제가 아니며, 만국의 문제, 국제적인 문제임을 그 본문은 말한다. 생명나무는 만국 곧 세계의 각 나라를 치료하고 그들에게 참 생명을 줄 것이다.

  4:7의 말씀엔 하늘나라에 사자와 송아지와 사람과 독수리가 있었음을 말한다. 우리는 보통 천국에는 사람만이 있는 것과 같이 생각할 때가 많다. 천국에 사람만이 있고,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강이나 건물이 없으면 그 천국은 정말 심심한 것이 될 것이라 본다. 위의 본문에는 사람과 사자와 소와 독수리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 사자는 야생동물의 대표이며, 소는 가축의 대표이고, 독수리는 공중에 나는 새를 대표하는 동물들이다. 그 동물들은 하나님 앞에 있으면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고 영광을 돌렸다고 한다. 물론 4장의 본문은 사자, 소, 독수리들과 같다고 하였지 그들 자체로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동물들의 천국에서의 상징적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4:7의 '생물'이란 단어는 헬라어로 'zoon'으로서 헬라어 'therion'이란 단어와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헬라어는 '동물'(animal)이란 뜻으로 번역되는 것이 좋은 반면, 후자는 '짐승'(beast)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이에 우리의 성경엔 생물로, 다른 영어 성경엔 'beast'나 'living creature' 등으로 이 'zoon'이 번역되었으나, 그 단어를 '동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다.

  계시록에서 하나 하나의 인이 떼어지고(6장 이하), 나팔 소리가 나고(8장 이하), 대접들이 부어질 때마다(16장 이하), 일종의 환경적 재앙들이 몰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흉년이 임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6:8) 대기오염으로 해가 총담같이 되며 달이 피같이 변하고,(6:12)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 분의 일이 타서 사위고 수목과 풀의 삼분의 일이 타서 사위었음을(8:7) 계시록은 묘사한다. 더 나아가 8:10-11은 쑥이란 이름의 별이 떨어져 물들이 쓰게 변하여 먹지 못하게 됨을 언급한다. 계시록은 이 이외에도 많은 환경적 재앙의 모습을 그 책에서 그리고 있는바, 오직 그러한 재앙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극복됨을 강조한다. "이에 보좌 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저희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저희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러라."(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