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속의 식물 8

가라지(독보리)

가라지는 성경에 단 한번, 마태복음 13:24~40에 나오는 식물이지만, 우리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가라지가 무슨 식물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말 성경에는 가라지로 번역되어 있으나, 중국 성서에는 '패자(稗子)'라고 번역되어 돌피로 인식되고 있으며, 영어 성경에는 Weed's라 번역되어 잡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가라지는 팔레스틴, 레바논, 시리아, 지중해 연안 등이 원산지로 보리나 밀밭에 흔히 섞여 나는 잡초이다. 아랍어로 Zuwan이라 불리우는, 셈어에서 온 이름인데 '밀 속에 나는 잡초'라는 뜻이라고 한다.

학명은 Lolium temulentum L.이라 하고, 영명은 darnel 또는  tare라고도 하며 독보리로 해석되는 화본과식물이다. 목초에 섞이면 가축이 먹고 중독을 일으키는 일이 있으므로, 독보리(毒麥)라고 한다. 화본과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유독식물로 다루어진다. 독보리라고 하는 것은, 이삭이 패어 익기 이전의 생김새가, 밀이나 보리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라지인 이 독보리의 독은 어떤 것일까?

독보리 자체에는 실제로 독소가 없고, '테므렌(temulen)'이라는 유독알카로이드를 내는 균(곰팡이) Endoconidium temulentum prill, et Delacr의 기생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균에 침입당한 독보리(가라지)를 먹으면 구토와 설사, 현기증을 일으키는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독보리는 맛이 쓰기 때문에, 밀에 섞였을 경우에는 밀가루의 맛을 손상시킨다. 그러나 이 곰팡이에게 침범당하지 않은 것은 독이 없다.

성경으로 돌아가 보면,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더니, 싹이 나고 결실할 때에 가라지가 보이므로 종들이 주인에게 좋은 씨를 뿌렸는데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느냐, 뽑아 버렸느냐'를 묻는다. '그 때 주인이 원수가 덧뿌렸다고 일러주고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되니 그대로 두라고 이르면서, 추수 때에 가서 일꾼들에게 가라지를 먼저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불태우게 하고 곡식만 모아 곡간에 간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비유에서 예수님이 가라지의 생리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말씀해 주고 계신다. 가라지(독보리)는 자람이 왕성한 1년초이다. 키는 60~100cm로 자라며 생육기간에는 밀과 생김이 흡사하여 분간하기 어렵고, 또 밀과 동일한 계절에 열매가 익기 때문에, 추수 때 곡식이 섞이기 쉽다. 가라지의 이삭이 나오면 성경에서 지적했듯이 생김이 판이하여 얼른 눈에 띄게 된다. 밀은 줄기 끝에 열매가 네 줄씩 또는 두 줄씩 빽빽히 결실하고, 보리는 여섯 줄씩 빽빽히 결실한다. 그에 비하여, 가라지는 6~12cm길이로 몇 알씩 지그재그로 납작하게 결실한다. 그래서 일명 '지네보리'라고도 부른다.

가라지는 다른 잡초와는 달리, 결실해도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으므로, 추수 때에 식별하기 쉽다. 그러나 일단 밀과 함께 추수하면, 밀알보다는 잘지만 키질로도 가려내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중동지역에서는 지금도 아녀자들이 일일이 이삭을 뽑아서 제거하고 있다. 가라지 씨는 애굽의 4,000년된 무덤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을만큼, 오래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도 귀화하여 밭이나 길의 풀숲에서 볼 수 있다.

종들이 이삭이 패어서 식별할 수 있게 되자, 가라지를 뽑겠다고 했다. 그 당시에 추수때까지 그냥 내버려두게 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곡식이 함께 뽑혀서 감수(減收)를 염려한 때문만은 아니다. 해로운 것임에도 뽑아버리지 않고 추수 때까지 그대로 두게 한 것은, 숨은 큰 뜻이 있다. 그것은 가라지가 익어도 다른 곡식처럼 열매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추수 때 밀과 생김이 판이하여 쉽게 구별할 수 있을 때까지 두었다가 곡식에 피해를 주지 않고 가려내려는 생각에서였다.

팔레스틴의 농민들 사이에서는, 밀의 종자가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가라지(독보리)로 변한다는, 속신(俗信)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것은 비가 많은 해에는 밀이 해(害)를 받아 생육이 나빠지는 반면, 생육이 왕성한 가라지가 눈에 많이 띄게 되므로, 밀이 가라지로 변했다는 믿음이 생기고 그 오해가 속신으로 남게 된 것이다.

마태복음 13:36~40에서 가라지 비유의 해설을 보면, "씨를 뿌리는 이는 인자요, 밭은 세상이요,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를 심는 원수는 마귀요, 추수 때는 세상 끝이요, 추수꾼은 천사들이니, 그런즉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사르는 것같이 세상 끝에도 그러하리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오고 있는 이 때, 깨어 있어서 하나님의 심판 때에 불에 던지우는 가라지가 되지 않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