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험한 발상 : 수돗물 불소화

남미정 / 본회 집행위원, 과천녹색가게 회장

최근 들어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치과의사들과 보건복지부는 충치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 교수와 한살림 등의 시민단체들은 "수돗물 불소화 반대 국민연대"를 발족하는 등 반대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몇년 전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수돗물 불소화논쟁을 처음 접한 필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불소가 인체의 한 부분인 구강 내 충치 예방에 효과적(특히 13세 이하의 아동들)이라고는 하지만, 뇌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특히 골암, 간암 등의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버젓이 나와 있는데도 굳이 불소를 수돗물에 풀어서 온 국민에게 골고루 먹이겠다는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치아에는 이로우나 인체 내 다른 기관에는 큰 해가 되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참으로 답답하고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근래에 불소화는 건강에는 물론 치아 보호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영국 녹색당의 보고가 있었음).

건강복지 수준이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 사업을 먼저 시행할 것이 아니라 그 효율성이나 안전성이 확실히 규명된 다른 복지사업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해 감이 옳지 않을까?

지난 6월 14일 과천 시민회관에서 열린 "수돗물 불소화 반대 전국대회"에서 논의된 내용 및 자료집 내용과, 필자가 만난 미국 오레곤대학의 화학과 교수이며 불소연구자인 폴 인거킹(Paul Engerking)이 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돗물 불소화의 문제점들을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불소화 사업에 사용되는 불소화합물은 대부분 화학비료공장의 생산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며 유독성 물질이다. 불소는 비소 다음으로 독성이 강한 물질로서, 그 독성이 영양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사람들에게는 해가 덜 되지만 칼슘을 비롯하여 필수영양소 섭취가 결여되기 쉬운 빈곤층에게는 큰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복지 차원에서 수돗물 불소화의 시행을 주장하는 일부 치과의사들의 견해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충치 예방은 '98년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발표한 내용대로 불소화 이외의 방법, 즉 불소용액 양치나 불소 치약 사용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짐이 타당할 것이다.

둘째, 우리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볼 때 수돗물 불소화는 불소 과잉섭취로 인한 여러 가지 위해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든다.
미국 National Research Council은 성인의 경우 1일 불소 적정 섭취량을 1.5-4mg으로 정하였으며,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 국민의 1일 불소 섭취량은 1mg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인천광역시에서 인하대학교에 의뢰한 학술용역의 결과, 인천시민 1인 1일 음식물에 의한 불소 섭취량은 2.1-10.01mg으로 조사되어 선진국과 비교할 때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요인은 주식인 밥과 뼈째 먹는 생선, 해산물, 소 뼈 고은 국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 불소 함량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물이든 음식이든 끓여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 식생활에서 불소화를 시행할 경우(0.8ppm의 불소가 투입됨) 비휘발성인 불소가 농축되어 과잉섭취될 우려가 매우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불소화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체 내에 혈중 납 농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청소년 비행 발생율의 현저한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체내에 흡수된 불소의 50%는 뼈와 치아에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근년에 이르러 불소화의 종주국격인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선진국들에서 불소화가 실시 도중 중단되는 예가 늘고 있는 상황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환경청 본부에 근무하는 1,500명의 전문가(기술자, 변호사 등) 노동조합이 97년과 99년에 수돗물 불소화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낸 사실은 불소화로 인한 이익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원칙(인위적으로 첨가물질이 투입되지 않은 맑은 물을 선택하여 마실 수 있는 권리)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난받고 있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하루 속히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상수도 불소화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생태계에 인위적으로 불소를 뿌리는 행위이다. 자연은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자연은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는 인위적인 인간의 행동이 생태계에 미친 결과이다. 불소화 역시 큰 상처를 안겨줄 또 다른 행위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자연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조사된 바가 없다. 대처방안도 없다. 하나님에게 생명을 부여받은 우리는 우리의 몸을 지탱해주는 자연을 온전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