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꿈꾸며               생명의 사랑을 받고 베풀자
                                               
유미호/본회 기획실장

봄이 온후 토요일마다 7살배기 아들녀석과 밭을 찾는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 주말농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날 햇살의 따사로움을 느끼며 밭을 갈다가 쑥을 뜯어와 쑥국 한 그릇 끓여먹으니 참 행복했다. 건강하게 자란 쑥의 사랑을 밥상에 올렸기 때문이리라. 벌써 감자, 콩, 땅콩, 열무, 상추, 호박, 목화 싹이 메마른 흙을 비집고 나와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품고있는 그 세상이 한없이 크다.

얼마 전 유럽의 광우병 파동이 전 세계에 그 여파를 미쳤다. 자기 의지로 건강하게 성장하지 않은 동물을 식탁에 올린 결과이다. 다른 생명의 사랑을 밥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고통을 밥상에 올린 탓이리라. 요즘 가축들이 사는 축사는 살충제와 항생제로 범벅되어 있다. 밤낮 가릴 것 없이 형광등 불빛 아래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배합된 사료를 먹고 자라는 닭들, 살만 비대해져 뛰어다니지도 못하는 이들 닭들은 알을 낳아도 품을 줄을 모른다. 풀 대신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가 배합된 곡물사료를 먹은 소들은 소화기관이 망가져서 내장이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고통도 겪는다. 축산업자들은 소의 되새김질 능력을 회복시키려 강제로 수세미를 삼키게 하기도 한다. 또 전 세계 곡물의 40%가 가축사료용으로 쓰이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숲과 계곡이 파괴된다. 햄버거 하나 만들려면 1.5평의 숲이 망가진다.

우리의 식사는 하나님이 만드신 건강한 다른 생명의 사랑을 받는 일이고, 그것은 다른 생명에게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그것이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다른 생명들의 절규와 고통을 계속 먹는다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잔혹행위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다.

6월 3일은 환경주일이었다. 올해로 18회를 맞지만 여전히 인간을 포함한 하나님의 피조물들은 죽음으로 치닫고 있다. 뱃속의 아이가 제 꼴을 갖추기 힘들고,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지나 이제는 인간을 복제못해 난리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범람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참 풍요와 행복은 마다한 채 가짜 풍요와 안락만을 구한다. 올해는 십자가를 짐으로 생명을 회복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자신이 상처 입힌 생명에 대해 진정으로 통회하고 그들을 내 형제 자매로 받아들이자. 그러면 만물의 화해자되신 예수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희망이 되어 주실 것이다. 하나님이 처음 지으셨을 때 모든 만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먼저 욕심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다른 생명에게 사랑을 베푸는 생명의 길을 걸어가자.(기독교신문 6/3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