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속의 식물 엉 겅 퀴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고 한 나무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창 3:17-18)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찌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마 7:15-16) "만일 가시와 엉겅퀴를 내면 버림을 당하고 저주함에 가까워 그 마지막은 불사름이 되리라."(히 6:8) "이제 이스라엘의 죄된 아웬의 산당들은 무너지고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자라 올라서 그 제단들을 뒤덮을 것이다. 그 때에 백성들은 산들을 보고 우리를 덮어 다오 하고 호소할 것이다."(호 10:8) 엉겅퀴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리신 저주의 표상이요, 아울러 황폐의 상징임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엉겅퀴라 하면, 봄에 나는 어린 싹을 나물로 먹을 수도 있는, 우리나라의 엉겅퀴를 연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성경에 등장하는 엉겅퀴는 전혀 느낌을 달리하는 식물이다. 창세기나 마태복음, 호세아서에 나오는 엉겅퀴로 번역된 식물은, 히브리명 'dardar'라 하는 '가시수레국화'를 지칭한 것인데, 아랍인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이것은 겨울동안 땅에 착 달라붙어있는 이 식물의 잎 모양이, 로젯트를 형성하여 흡사 수레바퀴처럼 보인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1년초로서, 겨울과 이름 봄에 걸쳐서 나오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가시수레국화가 엉겅퀴와 구별되는 점은, 잎에 가시가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건조기가 되면 로젯트에서 꽃대가 50cm쯤 자라서 가지를 치고, 그 끝에 매우 예리하고 날카로운 긴 가시가 총포(總苞) 표면에 나 있는, 엉겅퀴를 닮은 가시에 둘러싸인 3cm 크기의 노란 두상화가 핀다는 것 때문이다. 이 가시는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만큼 사납다. 열매도 가시같은 억센 털뭉치가 있어서 가시수레국화라 한다. 팔레스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가시 있는 풀이 가시수레국화이다. 그렇다면 성지에는 엉겅퀴가 없어서 가시수레국화를 엉겅퀴로 이름 불렀을까? 그렇지는 않다. 지중해 연안에는 가시가 있는 식물이 매우 많다. 그 중에 잡초로서 성경에 나오는 엉겅퀴일 수도 있다고 추정되는 몇가지를 소개해 본다. 이것들은 대개 '엉겅퀴(Thistle)'로 이름 붙여져 있으나, 엉겅퀴를 닮았을 뿐 엉겅퀴는 아니다. 황금엉겅퀴는 줄기 끝에 엉겅퀴를 닮은 황금색의 두상화가 핀다. 흔히 밀밭에 나는데 농토를 황폐화시키는 잡초다. 뿐만 아니라 무너진 성벽이나 폐허에서도 무성하게 자란다. 욥기 31:39-40에 "언제 내가 값을 내지 않고 그 소산물을 먹고 그 소유주로 생명을 잃게 하였던가, 그리하였으면 밀 대신에 찔레가 나고 보리 대신에 잡초가 나는 것이 마땅하리라."라고 한, 밀밭의 찔레나 보리밭의 잡초가 황금엉겅퀴이다. 잠언 24:31의 "게으른 자의 밭에 가시덤불이 퍼졌으며 거친 풀이 지면에 덮혔고 돌담이 무너졌기로"라고 한, 게으른 자에게는 궁핍이 강도같이 온다는 교훈의 말에도 인용되고 있다. 엉겅퀴류는 메마른 땅보다 밭 가장자리나 버려진 땅, 휴작한 묵밭 같은 곳에 잘 나며 길섶에도 흔히 자란다.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실 때, 땀흘려 수고해야 밭의 소산을 먹을 것이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엉겅퀴는 게으른 자의 밭에 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마리아엉겅퀴는 유기질이 많은 땅에서 무성하게 자란다. 잎은 깊히 찢어진 곳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있어, 다치면 상처를 입을 정도다. 잎에 흰 반점이 아롱져 있는데, 이는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를 품에 안고 애굽으로 피해 가던 중, 길가에서 젖을 먹이다 젖이 길섶에 있던 엉겅퀴잎에 떨어져 생겼다고 해서 마리아엉겅퀴라 불린다. 또 끈끈이절굿대는 단단하고 큰 가시가 달린 줄기를 가진 다년초이다. 청자색에서 옅은 보라색 꽃이 공처럼 둥글게 핀다. 마리아엉겅퀴와 함께 사사기 8:7, 8:16 등에서 기드온이 여호와께서 자기에서 붙이신 세바와 살문나, 숙곳 사람들을 징벌하는데 채찍으로 사용한 식물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기드온이 밀을 포도주틀에서 타작한(사사기 6:11) 지역에 있는 가시식물 중에서 가장 많고 키가 커서 살을 찢을 만한, 채찍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저주의 식물, 황폐의 상징, 징계의 도구로 쓰인 가시투성이 엉겅퀴는, 자라면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어느 동물도 접근할 수 없지만, 아직 가시가 굳어지기 전의 어린 싹일 때는 목초가 귀한 팔레스틴에서 양이나 염소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이는 방치하면 다른 식물을 모두 말라죽여 황폐화시키므로, 19세기 중반 경 오스트리아에서는 엄한 법령을 만들어서 밭의 엉겅퀴를 방치한 자에게는 중벌을 내린 일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