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자리
                                   
이현주

△벌도 나비도 같은 꿀을 먹고 사는데 어째서 벌한테는 침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습니까?

▲벌한테는 지켜야 할 물건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어서다.

△그 물건이 무엇입니까?

▲쌓아둔 꿀이다.

△벌도 나비도 같은 꿀을 먹고 사는데 어째서 벌은 총알처럼 날고 나비는 술취한 할멈처럼 춤을 추며 납니까?

▲벌한테는 지켜야 할 물건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어서다.

△그 물건이 무엇입니까?

▲왕국(王國)이다.

△벌과 나비, 어느 쪽이 더 잘 사는 겁니까?

▲둘 다 잘 살고 있다.

△무엇이 잘못 사는 것입니까?

▲벌이 나비처럼 살고 나비가 벌처럼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습니까?

▲벌과 나비는 그렇게 못해도 사람은 곧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