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

            프란시스 무어 라페     

 1969년 나는 우리의 경작면적의 반에서 수확된 농작물이 가축을 먹이는데 소모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동시에 나는 가축에게 먹이는 곡식과 콩 7파운드에서 겨우 평균 1파운드의 고기가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동물들 중에서 소가 곡식을 고기로 상환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1파운드의 소고기를 생산하는데 16파운드의 곡식과 콩이 들어간다.

게다가 나는 평균적으로 미국인들이 그들의 신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의 두 배나 되는 단백질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몸은 단백질을 저장하지 않으므로 사용되지 않은 것은 버려진다. 더구나 고기의 단백질의 '질'은 - '효용성'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는데 - 어떤 식물성 식품들을 섞어서 먹는 것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식량의 부족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미국의 고기 중심의 식사법 속에 들어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낭비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영양학상으로도 그것은 전혀 불필요한 것이었다.

동물성 식사의 낭비성

·물의 낭비 - 1파운드의 스테이크 고기를 생산하는 데 2,500갈론의 물이 소모되는데 이것은 우리 가족이 한달 동안 쓰는 물과 같은 양이다. 미국에서 가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은 외국의 가축들에게 먹일 농작물에 필요한 물을 포함해서 미국 전역에서 소비되는 물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토양유실 - 이 나라의 주된 사료용 작물인 옥수수와 흰콩은 다른 어떤 작물보다도 더 심하게 표토 유실을 초래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현재의 표토 유실이 건조평원지대 형성기보다도 심하다. 현재의 속도로 계속된다면 표토의 유실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농경지의 생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에너지 낭비 - 1파운드의 고기는 우리에게 식물에너지 500칼로리를 준다. 그런데 그 1파운드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화석연료 2만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이다. 그 화석연료는 주로 가축 사료용 농작물을 생산하는데 소비된다.

생산체계의 파괴적 논리

내가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나는 곡식을 먹여 키운 고기 중심의 식사법이 자원낭비와 자연파괴 등의 원인이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거의 종교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미국인의 고기에 대한 신앙은 우리의 생산체계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논리의 상징이자 그 증상이다. 그 논리가 생산체계를 자기파괴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농촌경제는 맹목적인 생산제일주의의 압력을 받고 있다. 늘어가는 생산비와 떨어지는 농산물 가격 사이에 끼여서 농민들의 이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같은 정도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민들은 계속해서 생산을 늘여야 한다. 생태적인 영향에는 상관없이 더 많은 땅을 경작하고 더 많은 수확물을 거두어 들여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대책은 해마다 약 2억톤의 곡식과 콩 등을 국내의 가축에게 먹이는 것이다. 또 하나의 대책은 특히 최근 10년간에 대두된 것인데 해외에 파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우리의 농작물 수출이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수출농산물의 3분의 2는 짐승의 먹이로 되고 있고 외국의 배고픈 사람들은 고기를 살 돈이 없다.

풍요로운 행성을 위한 식사법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이 너무나 '조그맣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를 줄여야만 한다. 물론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풍요의 개념이다. 문제는 그 풍요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인 것이다. 미래의 식량확보에 관건이 되는 토양과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방식의 생산을 계속 확장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농작물을 점점 더 많이 가축들에게 먹여 소비할 것인가?

몸에 좋은 식사법

지구를 위해 좋은 것이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다. 전 세계의 건강과학자들은 점점 더 식물성 위주의 식사법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죽음을 초래하는 10대 원인 중 여섯가지는 지나친 지방질과 설탕, 부족한 섬유질의 식사법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전통적인 식사법

전통적으로 인간의 식사는 식물성 식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고 동물성 식품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다. 우리의 소화와 신진대사체계는 그러한 식사법에 준하여 수백만년간 진화해왔다. 아주 최근에 와서야 미국인과 다른 산업국가의 사람들이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고기 중심의 식사법 - 그것도 곡식을 먹여 키운 고기 중심의 식사법이 유행이다.

사람이 먹기 위하여 동물을 죽이는 것에 반대하는 채식주의자의 입장에 맞서서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가축이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즉 가축만이 풀이나 버려지는 것들을 고기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경작지가 부족한 곳에서 초식동물의 이 독특한 능력이 인간의 생존에 결정적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내게는 더 이상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도피냐 도전이냐?

식사법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을 높여주고 우리의 통찰을 깊게 해 줄 것이다. 물론 우리가 먹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견해를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적이라고 말한다. 나는 지구의 위기를 인식하고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힘을 깨닫고 있는 우리야말로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우리'에는 그들의 생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선택을 그런 방향으로 맞추어가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나는 그들의 통찰력과 내가 쓴 책인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에 포함시키고 있는 지침들이 당신이 당신의 생활에서 다음에 취할 행동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위의 글은 녹색평론선집(김종철 지음)에서, 식량과 기아문제에 관해 세계적 권위를 가진 영양학자인 '프란시스 무어 라페(Frances Moore Lappe)가 1971년 출간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Diet for a small planet)'에서 옮겨놓은 것 중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