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식물

            산딸나무

          박상진 /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

산딸나무는  붉은 흙이 그냥 보이는 야산에 자라지 않는다. 지리산 달궁 계곡이나 무주 구천동 등 청초 우거진 깊은 산골의 숲 속에서 다른 나무들에게 시달리면서 자란다. 온통 초록의 바다 속에서 산딸나무는 어디에 묻혀 있는지 눈 씻고 보아도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나 녹음이 짙어 가는 초여름에 들어서는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예쁜 스타처럼 사람들을 눈부시게 한다. 진한 초록의 잎새로 호위를 받으면서 새하얀 꽃이 마치 층을 이루듯이 무리 지어 피므로 멀리서 보아도 청초하고 깨끗한 자태를 금세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꽃, 살구꽃 등 흔히 보는 꽃들은 대부분 꽃잎이 5개씩 달리는 것과는 달리 산딸나무 꽃잎은 4장이 달린다. 엄밀히 말하면 순수한 꽃잎이 아니라 잎이 변하여 꽃잎처럼 보일 따름이다.

이들은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하고 처음에는 연초록이나 완전히 피면 새하얗게 되며 꽃이 질 무렵에는 끝 부분이 붉은 자주빛으로 변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트모양으로 두 장씩 서로 마주 보고 있어서 십자가(十字架) 모양을 이룬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나무는 무엇일까. 믿음에 가까이 가지못한 보통 사람들은 쓸데없이 이런 일에나 관심이 많다. 올리브나무일 것이라고도 하나 우리나라의 산딸나무와 비슷한 종류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영어로 산딸나무를 포함한 층층나무 무리를 Dogwood라고 하는 것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이 나무를 연상하게 한다.

굵은 산딸나무 목재를 켜서 대패질한 나무표면을 보면 이 나무가 예수님과 감히 관련지울 만큼 성스러운 나무인지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속살은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꽃잎을 연상할 만큼 맑고 깨끗하다. 꽃과 나무결 모두 해맑은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한 품격 높은 나무이다.

중부 이남에 자라는 큰 나무로서 숲 속에서는 한 아름이 넘게 자라기도 한다. 가지 퍼짐은 사촌뻘 되는 층층나무를 닮아 층을 지어 수평으로 뻗어 나간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으로 나이를 먹어도 갈라지지 않고 매끄러우며 큰 얼룩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잎은 마주 나고 갸름하게 생겼으며 달걀크기 만하다. 잎맥이 활처럼 휘어서 잎 끝으로 몰리는 형태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잔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가을이 되면 우리가 흔히 먹는 딸기와 비슷하게 생긴 열매가 진분홍색으로 익는다. 달콤하고 육질이 많아 먹을 수 있다. 산딸나무라는 이름은 이 열매의 모양이 딸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단단하고 질기므로 방적용 북의  재료를 비롯하여 농기구, 자루, 망치, 절구공이 등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