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식물 가시나무(가시대추나무, 가시오이꽃) 고난주간을 맞으면서 예수님의 고난의 시작인 가시 면류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롱과 모욕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유태인의 왕'이라고 하면서 씌웠던 가시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 27:27~30에,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데리고 광장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그에게로 모으고 그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히며 가시 면류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 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롱하여 가로되 "유태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하며 그에게 침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 머리를 치더라. 막 15:16~19에는, 군병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는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 면류관을 엮어 씌우고 예하여 가로되 "유태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갈대로 그 머리를 치고 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요 19:1~5에, 이에 빌라도가 예수를 데려다가 채찍질하더라. 군병들이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고 앞에 와서 가로되 "유태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하며 손바닥으로 때리더라. 빌라도가 다시 밖에 나가 말하되 "보라, 이 사람을 데리고 너희에게 나오나니, 이는 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함이로다." 하더라. 이에 예수께서 가시 면류관을 쓰고 자색 옷을 입고 나오시니 빌라도가 저희에게 말하되 "보라, 이 사람이로다." 하였다. 우리는 가시라 하면 일반적으로 장미과 식물의 날카로운 가시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 언급된 가시는 갈매나무과로, 가시가 있는 대추나무의 일종을 말한다. 이 나무는 묏대추나무와 닮았다. 히브리명은 Atad 또는 Naatsuts라 하며, 영명은 Christ thorn, 즉 '그리스도 가시'라는 뜻이다. 이것은 식물 분류학자인 린네우스가 예수의 가시 면류관을 만든 식물이라고 믿고 이름붙인 것이다. 이 식물은 지중해 연안, 즉 레바논, 팔레스틴, 시나이 등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예루살렘 모리아산의 동쪽 경사진 면과 골고다 요단계곡 등에 흔히 자라고 있다. 잎은 대추나무 잎과 흡사하며, 탁엽이 변하여 된 가시는 단단하여 바늘처럼 날카롭고 예리하나 길이는 짧은 편이다. 이 가시는 다치면 사정없이 찔러 상처를 낸다. 꽃은 엽액에 황록색의 잘다란 꽃이 뭉쳐서 피며, 이 꽃은 1년 내내 핀다. 열매는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의 둥글고 누런 핵과로 맺히는데 나중에는 검게 익는다. 이 나무는 가시가 있어도 둥글게 엮는데는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되므로, 로마병사들이 칼로 쉽게 잘라서 가시관을 틀어 엮을 수 있었던 것같다. 그런데 그 곳에는 가시 면류관을 만들었던 식물이라고 여기는 것이 몇가지 더 있다. 히브리명은 Shamir라 하는데 대추나무의 일종으로 영명은 역시 Christ thorn, 그리스도의 가시이다. 이 식물은 키가 1.5m 정도로 자라는 낙엽관목으로서 가시가 지그재그로 난다. 꽃과 잎은 대추나무와 같다. 탁엽이 변하여된 가시는 두 개 씩인데, 한 개는 길고 곧게 서며, 또 한 개는 짧고 밑으로 향하여 구부러져 있어서 매우 사납고 험상궂다. 열매는 붉게 익는다. 다른 하나는 '가시오이풀'이라고 번역되는 장미과의 관목이다. 히브리명은 sir(sirim), 영명은 thorny burnet이라 한다. 키는 50cm~1m의 낮은 나무로, 군락을 이루어 지면을 덮는다. 가지가 많고, 잎은 오이풀처럼 톱니가 많으며, 빨간색의 작은 꽃이 핀다. 이 풀은 팔레스틴에서 빵을 굽는 연료로 쓰이고, 소리를 내면서 잘 탄다. 이 식물은 호세아 2:6에 "그러므로 내가 가시로 그 길을 막으며, 담을 쌓아 그로 길을 찾지 못하게 하리니." 라고 한 것이나, 전도서 7:6에 "우매자의 웃음 소리는 솥 밑에서 가시나무의 타는 소리 같으니 이것도 헛되니라."고 한, 바로 그 가시나무에 해당된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에서 '가시관'의 식물이라 하여 즐겨 재배되고 있는 것은, 성서에 나오는 가시관, 즉 그리스도의 가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식물이다. 가시 면류관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겟세마네 성당에는 북미원산의 콩과식물인 '미국주엽나무'가 있다. 그 성당의 수도승은 이 나무가 예수님의 가시관을 만든 나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슈베린이라는 식물학자가 그 설명을 듣고, 예수님 당시에는 이 나무가 이 지역에 있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그 수도승은, 북미의 노 귀부인인 두 사람이 두 나무가 심겨진 화분을 가지고 찾아와서 "이것은 '그리스도 가시'(Christ Thorn)의 나무이다. 우리들은 이것을 당신에게 전하려고 그 먼 여행길을 찾아 왔노라."라고 하여 그것을 심어 가꾸고 있다고 답하면서, 그 신실한 신앙인인 귀부인들의 말을 믿고 식물학자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미국주엽나무의 줄기와 가지에 사납고 큰 가시가 많이 있다. 이와 같이 기독교인은 사나운 가시가 있는 식물이면 모두 예수님의 고난당한 가시면류관의 식물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 아픔을 자기 몸에서 느껴 보려고 하는 모습에서 거짓 식물이 진짜 그리스도 가시로 둔갑하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