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밥상의 실태


죽음의 밥상으로 신음하는 땅과 인간

쌀시장 개방과 식량위기

1994년 우르과이라운드를 통해 10년간 쌀 개방이 유예됬던 우리나라는 올해로 그 10년째가 되었다. 필리핀과 함께 쌀 개방을 유예하고 있는 대만이 최근 쌀 시장을 개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올해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품질개량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우리 농촌의 현실은 암담하다.


농약 잔류물과 환경호르몬

우리 나라의 농약 사용량은 90년대 이후 조심씩 감소하고 있으나, 단위면적당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장거리 수송되는 수입농산물과 제철 구분없이 시설재배하는 농작물의 경우 더 많은 양의 농약의 투여와 화학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농축산물, 수질 및 식품에 잔류하는 미량의 농약 성분은, 장기간 섭취하면 우리 몸에 축척되어 위해반응을 일으킨다. 한편 컵라면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물질은 정상적인 호로몬의 균형을 깨뜨리는데, 발암성, 최기형성(자녀에게 기형이 생기는)의 독성물질들이다.


유전자조작(GMO) 식품

식물과 동물을 마구 넘나드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감자, 옥수수, 콩 등의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이를 가공하여 만든 식품들이 우리의 밥상을 침범했다. 콩과 옥수수의 국내 자급율이 8.6%와 0.8%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콩, 옥수수를 가공해 만든 거의 모든 식품은 유전자 조작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식품은 우리 몸 속에 들어가면 유전자를 돌연변이시킬 가능성이 크다.


식품첨가물

가공식품에는, 보존과 유통기한을 늘리고, 색깔이나 맛,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각종 화학조미료, 방부제, 감미료, 착색제, 발색제를 비롯해 산화방지제, 탈색제, 팽창제, 살균제 등의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국내에서만도 550여 종의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첨가물은 기준치가 있다 해도 먹는 대로 조금씩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그 유해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특히, 햄, 어묵, 라면, 과자, 음료 등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가공식품들에 첨가된 다량의 화학물질들은, 뇌 세포에 이상을 주어 의욕 상실과 청소년 폭력에도 영향을 준다.


과다한 육류소비

소 120만 마리, 돼지 1500만 마리, 닭 2억 9천만 마리(총160만톤).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해동안 먹은 가축의 수이다.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육류의 1일당 소비량은 33.5kg에 이른다. 이러한 육류 소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비만과 성인병 그리고 환경의 피해를 초래한다. 더구나 이들 가축들의 97.5%가 배합 사료에 의존해 살고 있다. 이 사료는 수입 곡류, 수입 동물성 단백질(초식동물인 소의 육류부산물 섭취는 과우병의 원인이다), 화학첨가제를 더한 것으로, 몸 안에 그대로 축적된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는 아동 비만과 심장병과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의 주 원인이다. 또 이들 음식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이 거의 없는데다 녹황색 야채의 섭취를 기피하게 만들어 빈혈을 부추기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한편 그 피해는 우리 몸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 환경까지 파괴한다. 포장종이의 생산에 따른 산림 황폐화, 폴리스티렌과 기타 포장재료에 의한 폐해, 대규모 육우 사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물량의 사료, 먼 거리 이동에 의한 에너지 사용 등은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기아와 음식물쓰레기

유엔에 따르면 현재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3800만명이 수개월 내에 기아상태에 놓일 지경에 처해 있는 등 최악의 식량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결식아동이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북녘 어린이들의 굶주림도 극에 달해 있다. 반면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및 청소년 때부터 살빼기에 여념이 없고, 북한 주민의 연간 주식비와 맞먹는 15조원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


< 밥의기도 >


밥을 먹는 이의 기도

이 세상에 생명의 밥이 되신 주님! 지금 내 앞에 놓인 밥을 대할 때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마음으로 대하게 하시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듯 공손하고 거룩하게 먹게 하시옵소서. 이 세상에 모든 생명은 밥을 먹고 살다가 자신을 밥으로 내어놓듯이 나 자신(저희들)도 이 거룩한 밥상 앞에서 나 자신을 번제물로 드릴 것을 고백하게 하시고,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랑하는 이웃의 밥이 되어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우리에게 밥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밥을 생산하는 이의 기도

이 세상에 생명의 밥으로 오신 주님! 여기 한 그릇의 밥을 생산하는 저희에게 밥은 곧 생명이라는 고백을 드릴 수 있게 하시옵소서. 밥을 돈으로 보며 밥을 독점하는 일이 없게 하시고, 우리가 만드는 밥 한 그릇은 사람과 자연과 하나님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거룩한 밥임을 알게 하시옵고, 내(저희)가 만드는 밥으로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며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창조의 행위가 되게 하시옵소서. 우리에게 밥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