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실내조경   
박천호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 원예과학과 교수)

1. 교회건축과 녹지공간

우리나라의 교회건축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축의 근대화 운동과 함께 새로운 역사적 상황과 신학적 도전 속에서 나타난 교회 개혁운동과 교회연합운동의 영향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특히, 기독교의 전례운동은 신학자들과 건축가들 사이에 전례기능의 독창성과 교회의 순수한 형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불러 일으켜 회중과 제단사이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예배에서 회중의 참여와 예배의 비 신비화, 그리고 모두에 의해 나누어지는 축제로서의 예배를 강조했다. 따라서 예배실의 배치와 분위기, 그리고 예배공간의 可視性과 可聽性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또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교회의 민주화, 주거화, 세속화 경향으로 나타나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시설의 개방과 교회공간의 다목적화를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자연환경은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이라는 점에서 기독교계에서는 자연환경의 보존과 함께 교회당 건물도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 속에서 건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20세기 전반의 교회건축은 중세고딕양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학자들과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시대의 유행을 타지 않는 아름다운 교회가 건축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인식이 일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교회는 제한된 대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실제로 나무를 심을 만한 땅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에는 도시녹화 운동과 함께 친환경적인 식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회의 본래 기능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식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외녹지에 대한 인식과 함께 환경적으로 건전한 실내 공간을 창출하는 방법중의 하나를 실내건축에서는 "Green space" 즉, "실내조경"을 예로 들고 있다. 실내조경은 실내에서 생태적인 사고를 풀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해결책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과거의 형태, 기능, 미학위주의 개념에 생태주의적 시도를 접목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실내녹화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부족하기만 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며,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교회 건축의 모습은 세속의 잡다한 건축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본 란에서는 실내조경이 무었인지를 살펴보고 교회건축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2. 녹색의 기원과 상징적 의미
   최초의 색채는 어떤 것이었으며, 어디에서 생겨나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진화론자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에서 "동물의 생명이 우리 혹성에서 진화하기 시작하기 이전에 모든 식물들의 녹색이 이 세상에 있는 유일한 색채였다. 이 녹색이란 바로 엽록소이고 오늘날까지도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녹색은 그 곳에 포함되어있는 엽록체가 광합성을 일으켜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게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내는 색채이다.  녹색은 지구상의 최초의 색이며 명실공히 자연의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을 찾아보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빛과 어둠을 창조하신 뒤 하늘과 땅을 지으시고 제 3일째에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12)'라고 언급되어있다. 따라서 창조론적이든 진화론적이든 녹색이야 말로 인간이 최초로 지각할 수 있는 환경의 색이었을 것이 분명하며, 우리 인간의 본능과 심성 속에 가장 깊숙이 새겨져 있는 색이기도 하다. 또한 녹색은 생명과 젊음,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며 최근에는 순수, 깨끗함, bio-라는 의미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색채조절 기능에서도 녹색은 어느 쪽으로 도 치우치지 않는 가장 차분하고 편안한 색으로 피로를 감소시키고 작업효율을 높이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색채치료로서도 뇌하수체를 자극함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식물과 원예활동의 주체인 녹색은 치유의 색으로 원예치료 효과의 주요소로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우리 인간과 가장 친밀한 색인 녹색은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해 녹색환경이 소멸됨으로 해서 현대인은 상실감과 각박함을 느끼고 신경질적이며 호전적으로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날 녹색의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녹색은 인간본능의 색이며 치유의 색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색은 우리 인간에게 무상으로 베풀어주는 은혜와 인간이 저지른 것에 대한 끊임없는 긍휼을 깨닫고 감사하게하는 색이기도 하다.   

3. 실내조경
   일반적으로 환경파괴나 환경보전 및 정책 등의 환경문제 전반은 옥외공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환경이라는 문제는 옥외공간간에 대한 '환경보전 및 개발'을 실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즉, 우리의 생활공간 전반에서 발생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이어야 한다.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패턴은 획일화되고 밀폐된  콘크리트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상태에서 제한된 공기와 빛으로 장시간 체류해야 하는 인공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자연에 대한 접촉의 기회는 거의 없다. 1980년대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주요 생활공간이 되면서 이러한 생활환경의 악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식물의 실내공간 도입이 권장되었다. 그러나 실내에 식물을 도입한다는 생각은 이 시기에는 환경문제의 해결이라기 보다 단순 취미나 미적인 취향에서 시도되었던 사례가 많았고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형건물의 실내공간에 적극적으로 식물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형태학적, 디자인적 접근으로 실내조경은 실내에 다른  장식물이나 예술품을 대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이용자의 실내환경의 인식도 식물의 도입으로 인해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까지 많은 실내조경작품들이 실내공간에서 건물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며 식물고유의 환경조절기능을 수행해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실내조경은 실내공간에서 부정적인 경우도 없지 않은데, 이는 실내 조경의 공간선택이라든지 미학적 개념을 배려하지 않은 디자인 또는 관리 소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건축이나 조경, 실내건축 등 관련분야에서는 이미 환경이 상품화되고 있고 형태미학적 고전적인 디자인적 접근에서 친환경적인 사고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실내조경은 다시 한번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고와 함께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실천방향과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분야를 이끌어 가는 개념적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으로 그 시대에 알맞은 예술사조와 환경철학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90년대 들어 친자연적, 생태적, 환경보전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규범적 제시는 실내조경에도 절실히 필요하며 이을 통해 실내조경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4. 실내조경의 일반적 기능과 효과

   1) 장식적 기능
   생명력에 있는 식물 재료를 이용하여 실내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이용자로 하여금 심리적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한편 건축 재료의 면(面)이나 직선 그리고 색채에서 느낄 수 있는 경직된 분위기를 식물의 푸르름으로 하여금 완충시켜주며 보다 아름다운 실내 경관을 연출하여 건물 자체를 더욱 특색있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기능이 있다.

   2) 심리적 기능
   한정된 공간 내에서 물과 돌 기타 재료들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靜的 또는 動的 경관 요소는 의외성을 유발하여 심리적 흥분을 일으켜서 일의 능률성과 산업활동을 촉진 시켜준다. 인간은 녹색이 풍부한 분위기에서는 무미건조한 조건에서 보다 피로회복의 속도가 빠르고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3) 건축적 기능
   실내조경은 실내공간을 나누고 경계를 구분 지어줌으로써 한 공간이 고유의 기능을 가지도록 하며 이용자의 동선을 유도하여 흐름이 자연스럽고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기능이 있다. 또한 視界를 부분적으로 차단시켜서 사생활의 노출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러한 수법은 최근 레스토랑이나 고급 서양식 음식점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수법이기도 하다.

   4) 환경적 기능
   식물 잎에서의 증산작용과 분수나 噴泉에서 증발되는 수분은 건조하기 쉬운 실내 공간의 공중습도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직사광선이나 조명에 의하여 반사되는 광선을 약화시키거나 차단시키며, 식물의 잎은 미세한 먼지 입자를 흡착하고 탄소동화작용시 탄산가스를 흡수하여 공기를 정화하고 산소를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다.

   5) 정신치료 기능
   아름다운 실내 공간을 창출하고 여러가지 식물을 기르면서 여가 활용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건전한 여가 활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데 효과적이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데 효과적이며, 특히 정신질환자에게 이용되고 있는 효과적인 원예치료법(horticultural therapy)의 하나이다.

   6) 광장 기능
   호텔이나 백화점, 컨벤션센타와 같은 대형의 공공건물에 있어서 실내조경 공간은 휴식과 만남, 담소의 장(場)이 되기도 하고 소규모 공연장의 역할을 하며 상업적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등, 다목적 실내광장의 역할을 한다.

 5. 교회의 꽃장식과 실내조경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의 바탕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두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그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꽃을 보는 순간은 순수성을 회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꽃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언어가 되었고 갓난 아이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아름다운  꽃의 상징성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표현하고 우리의 깊은 신앙이 나타나는 꽃장식은 자연의 섭리를 미학으로 나타내어 신과 대화를 나누는 성스러운 예술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조형예술을 보는 신자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주어 하나님께 더욱 더 깊은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꽃장식은 일반적으로 강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회는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출입구에서 예배공간으로 이어지고 예배공간은 신자좌석과 강단을 중심으로 지극히 기본적으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이며 쾌적한 공간으로서의 교회내부 구성과 실내조경이라는 개념은 생각할 수 조차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회 내부구성은 예배공간 외에도 휴식공간을 포함해서 교회녹화를 통해 쾌적한 공간의 제공은 물론 이러한 친환경적인 여건은 반드시 설계시 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닫힌 마음을 열고  주님을 영접하며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드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우리의 교회는 양적인 성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심신까지 살펴주며 주님에게로 인도할 수 있는 질적인 환경조성까지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