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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신문 시론] 녹색은총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교회
한국교회는 6월 첫째 주일(감리교는 둘째 주일)을 환경주일로 성수한다. 올해 38회째를 맞이했다. 환경주일 주제는 ‘이제는 녹색은총으로,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교회’이다. 이 주제는 2021년 신(新)기후체제의 서막과 함께 탄소중립을 통해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요청을 담고 있다. 5월 25일 오전, 환경주일 사전 행사로 열린 환경주일 심포지엄은 한국교회 탄소중립의 의미와 실천을 모색하는 토론회로 진행됐고 오후에는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통해 탄소중립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지난 5월 20일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포식이 진행됐다. 이 선포식에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20여 개의 교단 및 교계 단체들이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참회하고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발표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플랫폼 사업을 통해 각 교회교육을 활성화하고 실천캠페인을 진행하며 생태목회 매뉴얼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 및 신학자, 단체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10월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국내 243개 지방자체단체가 모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는 P4G 정상회의(정부·기업·시민사회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논의하는 글로벌 협의체)를 앞두고 한국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P4G 회의가 진행된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앞에서는 지난 5월 17일부터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회원들이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의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철회 없이는 탄소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홍보 영상에서 국민들에게 물 아껴 쓰고, 쓰레기 줍고, 자전거 타라는 ‘행동’을 요구하지만 정작 수백, 수천 배 되는 탄소배출 사업들은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나 제주 제2공항 건설 등 대규모의 탄소배출이 예상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과 맥을 같이한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도 지난 5월 26일 동대문디자인프라자 앞에서 P4G 회의가 탄소중립의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실천을 담보해야 한다며 현장 기도회를 진행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탄소중립 선언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우리 삶의 전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교회가 환경주일에 맞춰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진행한 것은 의미 있고 환영할 사건이다. 하지만 무늬만 탈탄소인 정부정책에 대한 거센 비판처럼 한국교회도 구체적인 탄소중립 로드맵과 실천을 위한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각 교회의 탄소절감 캠페인 참여뿐만 아니라, 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교단 및 교회의 로드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회의 생태적 전환과 함께 전 사회적인 전환을 위해 정부정책에 대한 감시 및 견제도 요청된다.
환경주일 주제의 말씀처럼 이 시대의 풍조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기후위기의 파국을 초래하였다.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을 죽이는 이 시대의 풍조를 따르지 말고 생태적 전환을 통해 하나님이 하신 것처럼 창조하시고 기뻐하신 창조세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은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신앙의 실천과 삶의 전환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동현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