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 봅시다

핵을 넘어 은혜의 삶으로!

작성자
기독환경운동연대
작성일
2018-04-26 16:58
조회
1292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 7차 총회 선언문


핵을 넘어 은혜의 삶으로!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님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 이사야서 61:1-2 -

한국 교회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 교회’가 되고,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한국과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가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폐기하여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 것에 힘을 더하고자 지난 2012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가 결성되어 이제 7번째 총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에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는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에 기초하여, 탈핵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2018년 제7차 총회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탈핵의 선언이 진정성 있게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탈핵을 염원한 촛불시민들이 선출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 폐로 기념식에서 한국이 이제 탈핵국가로 나아갈 것임을 선언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수명이 다하는 대로 폐쇄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핵전쟁의 위기로부터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여정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를 건설을 재개하고,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등 탈핵 선언에 미치지 못하는 온전치 못한 탈핵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과정이 멀고 험한 길이듯, 핵발전소로부터 벗어나는 길 역시 복잡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탈핵은 단순히 에너지의 재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 전력수급의 조정,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때문에 탈핵·에너지전환은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삶을 바꾸는, 우리에게 무척 낯설고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길입니다. 하지만 길이 낯설고 어렵다 하여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익숙한 길이 우리에게 줄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핵폐기물과 상존하는 핵사고의 위협뿐이기 때문입니다.
탈핵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우리 모두는 변화되어야 합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그리고 정치와 시민이 함께 변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하고,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각 부처가 탈핵선언이 진정성 있게 실현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탈핵 정책을 방해하는 정치세력과 핵산업계는 속히 그릇된 길에서 돌아서 탈핵으로 나아가는 길에 동참해주기를 바랍니다.

2. 한국 교회가 탈핵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길에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핵발전소는 우리의 죄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삶의 편리와 무한한 성장을 위해 핵발전이라는 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불편은 외면했고, 은혜를 힘입어 산다고 말하면서도 풍요만을 바랐습니다. 그런 우리의 죄악이 이제 감당치 못할 핵폐기물을 만들고, 생명을 위협하며, 창조세계의 온전함을 위태롭게 만드는 핵을 우리의 삶 가운데로 불러왔습니다. 핵이 주는 거짓풍요에 취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고, 핵이 주는 편리에 취해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 이 죄악의 길에서 돌이켜 “생명을 택하라”(신 30:19)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생명의 길로 걸어가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1988년 2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한국 교회는 다시 한 번 탈핵을 위한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교회는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에너지전환의 길잡이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총 생산량 중 30%가량을 핵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화력발전은 결코 핵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햇빛과 바람을 통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여가야만 합니다. 교회 건물마다, 성도의 기업과 가정마다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일을 권면해야 합니다. 에너지전환은 정부의 정책이나 이익의 창출을 넘어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삶으로 돌아서서 생명의 길을 걷겠다는 신앙의 결단입니다. 이를 위하여 각 교단과 교회들이 힘과 지혜를 모으기를 바랍니다.
핵 없는 세상은 시대적 과제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회복하고, 그 은혜를 이웃들과 나누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거룩한 사명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며, 핵으로 억눌린 세계의 모든 이들을 향한 평화를 선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핵을 넘어 은총의 삶으로 나아갑시다.

2013년 부산 WCC총회에서 한국교회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한 WCC 선언문”를 만드는 일을 위해 함께 노력했고, 이를 통해 세계교회가 핵발전소와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힘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로부터 정의와 평화의 순례로서의 핵 출애굽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세계교회는 탈핵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며, 탈핵은 우리가 거짓된 풍요를 약속하는 바알신앙의 종노릇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그리고 위장된 평화를 말하는 핵무기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함께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탈핵은 우리의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야 말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핵 없는 세상을 향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는 2018년 제7차 총회를 맞으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변화, 즉 핵을 넘어 은혜의 삶을 선택하는 일을 위한 순례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는 핵 없는 세상,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삶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외치고, 요청할 것입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은 “핵과 우리의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핵무기이든 핵발전이든, 핵의 어떠한 이용방식도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핵 없는 세상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 중에 생명을 택하고, 생명의 은총을 누리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우리의 사명을 감당할 것입니다.


2018년 4월 22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