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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80여통

작성자
기환연
작성일
2011-07-18 11:35
조회
3073

 지율 스님이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80여통

"도롱뇽 친구 되길"... 지난해 7월 16일 이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 들 윤성효(cjnews) 기자



▲ 지율 스님은 '58+' 단식농성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지속적으로 편지를 써왔 다.

 

ⓒ 천성산 대책위 홈페이지

일부 네티즌들은 물과 차만 마시는 '58+' 단식을 90일 넘게 해오고 있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 님과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후보 시절 백지화 공약을 내걸었던 노 대통령이 결단을 내 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성 산대책위 관계자는 "간혹 일부 사람들 중에는 지율 스님의 단식을 오해하는데, 스님 의 주장은 한결 같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말을 바꾸었다"면서 "스님의 한결같 은 생각이 홈페이지를 통해 노 대통령께 보낸 편지에 잘 담겨져 있다"고 말했 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대책위 홈페이지(www.cheonsung.com)의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코너를 통해 노 대통령 앞으로 많은 편지를 써왔다. 여기에는 지율 스님이 왜 단식을 하는지, 노 대 통령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7월 16일 홈페이지에 이 코너를 개설한 뒤 '창을 열며'라는 글을 처음 올렸 다. 이후 지난 19일 '천성의 품을 떠나며'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리기까지 6개월 가량 80통 의 편지를 썼다.




단식농성을 하는 동안 지율 스님은 도롱뇽 수놓기 작업을 벌였다.

ⓒ 천성산 대책위 홈페이지

지율 스님은 노 대통령의 새만금간척사업 강행 발표 소식을 듣고 첫 글(창을 열며)을 썼다. 당시 지율 스님은 '국운은 창성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지만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 다.

"스스로 공약했던 고속철도 관통 백지화 사업도 이젠 '대안이 없다'며 강 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부조리로 얼룩진 고속철도의 실상과 정치적으로 변해버린 고속철도 사업의 진행 과정을 이 창을 통하여 열어가려 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쓸 수 있는 자비의 칼로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살상하고 있습니다. 멈추어야합니다."

지율 스님은 다음날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자 한 분이 제게 물어 왔습니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제가 대답했습니다, 대통령이 공약하고 취 임하기 전의 상황으로 돌려달라고"라고 말했다.

스님 은 지난해 7월 말 청와대 앞 단식농성 당시 거처에서 찍은 화분 사진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 이 말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운동도 문 밖에 작은 화분 하나를 놓아두는 것 같 은 배려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운동은 마음의 뜰을 가꾸어가는 길입니 다."

스님 은 경찰로부터 미행 당한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건장한 낮선 남자 두 분이 저를 알 아보고 계속 미행을 하더군요"라며 "만일 당신이 청와대 앞에서 저를 지우고 제 생에 남은 하루마저 지우려 한다해도 저는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라 고 말했다.

스님 은 노 대통령에게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호소한 글에서 "어쩌면 우리가 열리 지 않는 문 앞에서 이렇게 서성이는 것은 당신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달라"

스님 은 지난해 8월 31일 58일간 단식 뒤 병원에 있을 때도 편지를 썼다. '병실에서 쓰는 편지'라 는 제목의 글에서 스님은 "우리가 앞날을 모른다는 시점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고, 작 은 에너지의 흐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며 "돌아보면 그동 안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으며 세상을 이웃하지 못한 외고집이 있었습니다"고 술회 하기도 했다.

다시 단식을 시작하는 첫날(2004년 10월 27일) 스님은 '58+1'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 의 마음과 손길 머무르는 곳에서 생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 다.

스님 은 청와대 앞으로 단식농성장을 옮긴 뒤 지난해 12월 8일 '다시 거리에 서며'라는 제목의 글 을 통해 정부가 한 약속을 지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선거전 대통령의 공약이 정치적이었다면, 이후 두번에 걸친 문재인 수석 과의 협의, 환경부 장관과 협의는 지켜졌어야 했습니다. … 생명을 훼하고 신의를 저버리 는 것을 세상의 악이라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일으켜 세우려는 경제문제 이상의 가치 이며 한 개인이 범죄에 빠지며 한 가정이 불화하고 한 국가가 붕괴되는 이유입니 다."

 

지율 스님이 지난 19일 마지막으로 올린 글은 '천성의 품을 떠나며'라는 시다. 스님이 시를 짓고 작곡가 윤민석씨가 곡을 붙였으며, 가수 김영씨가 부른 노래도 함께 실어 놓았다.

"중중무애한 화엄의 세계를 설하신 / 부처님 부처님

한마 음 일어남으로 세계가 일어나고 /

한 중생의 울음소리에 / 법계가 무너진다 하였습니다

이제 이 땅에 / 뭇 생명의 신음소리 그치지 않으니 /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 천성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 이 저자거리에 나가 몸과 목숨을 버리겠습니다 / 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