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위기시대 삶으로 드리는 예배

작성일
2024-10-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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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길 초록발자국” 기후위기시대 삶으로 드리는 예배

임지희 활동가(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계가 끓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추석까지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으며, 폭우피해가 속출했다. 또한 남해, 서해, 동해 바다도 역대급 고수온으로 바닷물 온도가 30도까지 오르며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세계 곳곳의 상황도 심각하다. 극심한 폭염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세계의 아이들이 2024년 4월과 5월 사이에만 2억 1000만 명을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에서 섭씨 5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매년 평균 2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 이 여름을 겪은 우리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

이 여름을 보낸 우리는 그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소리를 들은 우리의 삶은 분명 그 전과 달라져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고 지키는 일로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가 먹고, 입고, 지내는 일들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발생되며, 우리의 삶을 지속하는 행위들이 창조세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 삶에서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며 창조세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성찰하고, 회개하며, 탄소를 배출하는 삶으로부터 과감히 돌이켜야 한다. 그리고 탄소배출이 없는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며,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생태적 삶을 안내하고자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 <생명의 길 초록발자국>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은 기후위기의 상황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식, 의, 주, 에너지, 교통, 문화, 경제의 7가지 영역에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삶을 실천하는 캠페인이다. 각 영역의 일곱가지 실천으로 기후미식, 슬로우패션, 미니멀라이프, 녹색교통, 그린에너지, 녹색서재, 생명경제를 제안한다. 일곱가지 실천 주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1.기후미식

우리가 먹는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의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삶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생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기후미식’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이다. 탄소 배출이 특히 많은 식품으로 육류가 있다. 세계 모든 온실가스의 1/4 가량이 식품 생산으로 발생되는데, 그중의 절반 이상이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식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면 그 만큼의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채식 중심의 식사를 하며, 인근 지역에서 생산하는 로컬푸드를 이용하고, 적절한 양의 식품을 구매하여 나누어 먹고 버리는 것이 없도록 실천하며 기후미식가가 되어보자.

또한 기후위기로 폭우와 폭염, 가뭄이 증가하며 농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로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에 농촌을 살리고, 식량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과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2. 슬로우패션

기후위기시대 패스트 패션을 따르지 않고, ‘옷을 사지 않기로’ 결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류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방직, 표백, 염색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발생하는데, 더욱 큰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많은 옷들이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금방 폐기되며,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옷들이 1시간에 1톤에 이를 정도이다.

‘슬로우 패션’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옷 입기다. 옷은 구매할 때부터 폐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염두에 두는 신중한 구매가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관리와 수선을 통해 옷의 수명을 늘려 입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옷을 나누어 입는 것도 건강한 ‘슬로우 패션’이 되겠다. 우리의 옷장을 ‘패스트 패션’ 대신 생명의 가치를 입는 ‘슬로우 패션’으로 채움으로써 기후 패셔니스트가 되어보자.

3.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란 불필요한 물건의 소비를 줄여나감으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생활이다. 우리는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소비한 물건들은 언젠가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며, 이 쓰레기들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더 사지 않더라도 가진 것들로 이미 충분하다. 우리의 진정한 필요를 물으며 가진 물건을 소중히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이용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보자.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제한하고, 제로웨이스트 가게의 운영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교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나눠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미니멀 라이프의 생활을 함께 만들어 나가보자.

4.녹색교통

‘녹색교통’이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교통수단을 의미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탄소를 배출한다. 같은 거리를 이용했을 때,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교통수단은 기차이고, 버스, 승용차, 비행기 순이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로부터 자유로운 최고의 녹색교통 수단은 ‘걷기와 자전거’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교통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항공 노선을 줄이고, 공항을 폐쇄해나가고 있다. 또한 주차장과 차선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늘리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만약 도시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면? 차도보다 인도가 더 넓다면? 자동차에 치일 염려 없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교통 체계를 자전거와 공공교통 중심의 ’녹색교통‘ 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단거리는 항공노선보다 기차를 이용하며, 녹색교통의 이용을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여 녹색교통을 실천하자.

5.그린에너지

‘그린에너지’는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에너지 사용이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의 주된 원인인 화석연료와 방사성 연료 사용으로 인해 각종사고의 위험을 담지하는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각종 재난이 빈번해지며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핵발전의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한다. 햇빛과 물, 바람, 지열과 같은 지구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여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부문이다. 개인적인 실천과 함께 가정과 산업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에너지의 소비자인 동시에 에너지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가정의 창문에, 교회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세워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그린 에너지’ 컨슈머가 되어 보자.

6.녹색서재

‘녹색서재’는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기후위기 시대의 문화생활이다. 최근 데이터의 수요가 증가하고, AI가 발전하면서 관련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탄소를 줄이는 문화생활을 즐겨보자. 핸드폰이나 TV를 내려놓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 숲을 조성하고, 숲과 함께 탄소의 저장 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갯벌과 습지의 보전, 텃밭을 가꾸거나 탐조활동과 같이 생태계를 관찰하는 일은 탄소배출을 줄이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창조세계의 생명들을 지키고 돌보는 문화생활이다.

7.생명경제

‘생명의 경제’는 돈 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 제도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투자를 철회하며,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는 산업에 집중투자하는 녹색투자를 통해 ‘생명의 경제’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탄소배출이 없는 산업으로 일자리를 안전하게 바꿀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기후 약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경제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식, 의, 주, 에너지, 교통, 문화, 경제의 7가지 영역에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삶의 실천을 살펴보았다. 기후위기로 생태계가 변하고 지구 곳곳이 요동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일상의 불편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문제이며, 나와 가족, 이웃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그야말로 힘겨운 여름이었던 이 계절을 보내며 주고 받았던 ‘올해가 앞으로 겪을 여름 중 가장 시원할 것’이란 메시지를 우리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이 없는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우리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기후위기시대, 그리스도인들의 눈길이 머물고, 손길과 발길이 닿는 곳은 창조세계 신음하는 피조물들과 기후재난으로 고향과 가족을 잃은 우리 이웃들의 곁이다.

# 기후위기시대 삶으로 드리는 예배

누군가는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늦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살던대로 살아야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성 어거스틴은 “시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라 고백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거룩하게 주어진 것이다. 기후위기로 온 지구가 끓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기후위기로 촌각을 다투는 이 때에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주께서 보이신 ‘생명의 길’을(행2:28) 따르는 일이다.

생태적 삶으로 전환하는 일은 온 삶으로 드리는 예배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라는 말씀을 따라 우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해야한다.(롬 12:1~2) 하나님께서는 온 우주, 온 세계의 주님이시다.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예배당 건물 안에만 혹은 주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창조세계의 피조물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응답하며 온 삶으로 예배하는 예배자를 찾고 계신다. 바로 내가, 우리 교회공동체가 기후위기시대의 신실한 예배자로 살아가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그 생명의 길을 향한 부르심으로 나아가길 기도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홈페이지에서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 생명의 길 초록발자국> 각종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greenchrist.org))

이 글은 웹진 <중국을 주께로> 10월호(통권 266호)에 게제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