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책] 『미래는 탈성장』 _ 탈핵 그리고 탈성장
작성일
2024-08-30 14:24
조회
93
지난 7월 15일 명동에 있는 한국YWCA연합회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11차 전기본)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패널들은 정부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만들면서 10차 전기본보다 전력수요를 높여 잡았고, 이것이 핵발전소 추가건설 등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전력수요를 늘려잡게 된 요인 중에는 인공지능(AI) 활용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전기차 시장의 성장, 용인에 건설된다는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IT 산업에서도 AI는 새로운 분야로서 각광받고 있다. 산업계는 앞다투어 이러한 산업을 위해 전기의 생산을 늘려주기를 요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응답하는 것은 여전히 성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미래는 탈성장』이라는 책은 ‘자본주의 너머의 세계로 가는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들은 ‘탈성장’ 연구자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마티어스 슈멜처와 안드레아 베터의 독일어 저작을 아론 반신티안이 영어판으로 확장하여 냈고, 이 책은 이를 번역하여 발간한 것이다.
‘성장’이 만들어온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너머, 저자들의 말처럼 ‘유토피아’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이들은 꾸준히 모여 논의하며 다른 세상에 대한 제안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저자들은 그간 논의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으고 선별하여 탈성장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를 만들었다. ‘탈성장’은 아직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 있고, 이 책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탈성장’에 대해 친절하게 잘 풀어 설명한다.
2장에서 저자들은 성장의 개념에 대해 다룬다. 아이디어로서, 사회적, 물질적 과정에서 성장을 구분하여 보고 성장이라는 말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다. 성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되고, 그로 인해 사회가 그 말에 맞추어 변화되어 온 과정, 그로 인해 발생한 계급이익, 그리고 그 결과 일어난 생명과 지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이어 3장을 통해 성장에 대한 비판 지점을 다룬다. 삶의 생태적인 토대를 파괴하고, 웰빙과 평등을 가로막으며, 서로와 자연 사이의 소외를 낳고, 착취·경쟁·축적에 의존하게 되고, 부정의한 지배·추출·착취를 재생산하는 ‘성장’의 이면을 다룬다.
책의 후반부는 탈성장의 비전, 경로, 이를 위한 전략과 미래를 다루고 있다. 4장은 다양한 탈성장 비전의 조류들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를 통합하여 정의하는 데에 이른다. 5장은 ‘탈성장으로 가는 경로’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으로 탈성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과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다룬다. 경제의 민주화, 재분배 및 사회보장, 기술의 민주화, 노동의 재평가, 사회적 신진대사의 민주화, 국제 연대 등을 통해 탈성장을 향해 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정책만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들, 즉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위한 전략들을 6장에서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7장에서는 기존의 탈성장 논의가 간과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며 탈성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탈핵운동은 근래 기후운동 등과 더불어 의제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11차 전기본에 대한 대응이나 3월에 있었던 3.16 행사 등을 통해 보여준 사실은 탈핵운동이 탈핵 의제를 이야기하고 싸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를 통해서 얻을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매몰된 사회 안에서 탈핵운동은 오래전부터 탈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발전소의 문을 닫자는 이야기, 지역에 위험을 전가하면서 전기는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비민주적인 구조에 대한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던 부분도, 대다수의 사람이 안전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쉽게 탈핵의 이야기를 외면했던 것도 아마 성장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기료 인상을 연결시키고, 탈핵하면 전기료 인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사람들을 겁박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거짓말에 쉽게도 속아 넘어간다. 탈핵운동이 ‘탈성장’ 담론을 잘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탈핵신문 2024년 8월(124호)
출처 : 탈핵신문(http://www.nonukesnews.kr)
『미래는 탈성장』이라는 책은 ‘자본주의 너머의 세계로 가는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들은 ‘탈성장’ 연구자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마티어스 슈멜처와 안드레아 베터의 독일어 저작을 아론 반신티안이 영어판으로 확장하여 냈고, 이 책은 이를 번역하여 발간한 것이다.
‘성장’이 만들어온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너머, 저자들의 말처럼 ‘유토피아’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이들은 꾸준히 모여 논의하며 다른 세상에 대한 제안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저자들은 그간 논의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으고 선별하여 탈성장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를 만들었다. ‘탈성장’은 아직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 있고, 이 책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탈성장’에 대해 친절하게 잘 풀어 설명한다.
2장에서 저자들은 성장의 개념에 대해 다룬다. 아이디어로서, 사회적, 물질적 과정에서 성장을 구분하여 보고 성장이라는 말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다. 성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되고, 그로 인해 사회가 그 말에 맞추어 변화되어 온 과정, 그로 인해 발생한 계급이익, 그리고 그 결과 일어난 생명과 지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이어 3장을 통해 성장에 대한 비판 지점을 다룬다. 삶의 생태적인 토대를 파괴하고, 웰빙과 평등을 가로막으며, 서로와 자연 사이의 소외를 낳고, 착취·경쟁·축적에 의존하게 되고, 부정의한 지배·추출·착취를 재생산하는 ‘성장’의 이면을 다룬다.
책의 후반부는 탈성장의 비전, 경로, 이를 위한 전략과 미래를 다루고 있다. 4장은 다양한 탈성장 비전의 조류들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를 통합하여 정의하는 데에 이른다. 5장은 ‘탈성장으로 가는 경로’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으로 탈성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과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다룬다. 경제의 민주화, 재분배 및 사회보장, 기술의 민주화, 노동의 재평가, 사회적 신진대사의 민주화, 국제 연대 등을 통해 탈성장을 향해 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정책만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들, 즉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위한 전략들을 6장에서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7장에서는 기존의 탈성장 논의가 간과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며 탈성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탈핵운동은 근래 기후운동 등과 더불어 의제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11차 전기본에 대한 대응이나 3월에 있었던 3.16 행사 등을 통해 보여준 사실은 탈핵운동이 탈핵 의제를 이야기하고 싸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를 통해서 얻을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매몰된 사회 안에서 탈핵운동은 오래전부터 탈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발전소의 문을 닫자는 이야기, 지역에 위험을 전가하면서 전기는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비민주적인 구조에 대한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던 부분도, 대다수의 사람이 안전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쉽게 탈핵의 이야기를 외면했던 것도 아마 성장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기료 인상을 연결시키고, 탈핵하면 전기료 인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사람들을 겁박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거짓말에 쉽게도 속아 넘어간다. 탈핵운동이 ‘탈성장’ 담론을 잘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탈핵신문 2024년 8월(124호)
출처 : 탈핵신문(http://www.nonukes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