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찬미받으소서

작성일
2022-07-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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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5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수사의 <피조물의 노래>의 후렴구에 있는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교황의 가르침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나뉘어 중요도에 따라 급이 정해지는데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 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 회칙(Encyclica)으로 주로 나뉘며, 그 중 가장 중요하고 권위있는 형태의 가르침이 회칙이라고 한다. 교회가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한 활동과 세상과 관계 맺으며,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일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을 통틀어 ‘사목’이라고 하는데 이 사목의 차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서가 바로 회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회칙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그저 환경을 지키라는 정도의 가르침이었다면 아마도 권고나 교서 정도로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생태문제의 현실이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간해서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지켜야 할 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일뿐더러 이 문제가 신앙과 교리의 중요한 지점에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가톨릭 교회 안에 특히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었다는 말이다. 그간 생태문제는 사회운동에서뿐 아니라 신앙에서도 어쩌면 곁가지의 운동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간 수많은 생태 운동가들의 노력과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리고 변해가는 기후와 그로 인해 가속화되는 불평등과 부정의의 문제들이 발생을 경험하면서 세상은 서서히 변해갔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위기가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경험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폭력을 불러오는지를 보았다. 그렇기에 교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성서적이고 신앙적인 가르침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성서의 가르침과 교회의 전통이 가진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점들, 그리고 과학적인 사실들을 통해 가톨릭교회 전체가 따라야 할 생태적인 지침들을 만들어내게 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교회의 응답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지구와 지구 생태계에 ‘공동의 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공동의 집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책 제1장의 관심은 바로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인 오염과 그 결과로 발생한 피해들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생태계에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사회와 세계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2장은 피조물에 관한 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성서와 전통과 신학이 생태 문제에 대한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3장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을 살피는데 여기서는 기술,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세계화, 인간중심주의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통합생태론이라고 하는 경제, 사회, 문화, 일상을 포괄하는 생태담론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과 교육 및 영성을 다루고 있다.

기독교회는 그간 JPIC 운동이나 WCC의 문서와 선언들. 그리고 현장에 있는 기독교인과 운동단체를 통해 생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야기해왔다. 실상 큰 범주 안에서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 회칙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신교회 안에서 WCC와 같은 단위의 성명이나 선언이 지역교회까지 의미 있게 알려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 책은 가톨릭교회의 특수성, 수직 계열화 되어있는 구조 탓에 이 글은 전세계의 언어로 번역되어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으로 전파되었다. 게다가 보편적으로 읽도록 쓰였고, 이해와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이 책을 바탕으로 한 모임들도 다수 개최되는 것도 그런 영향일 것이다. 물론 하나님 나라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성서가 세상을 천국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찬미받으소서> 한 권이 모든 가톨릭 신자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읽은 다음 그것을 살아내는 것은 결국 읽은 이들의 몫이니 말이다.

정제된 언어로 180쪽 신국판 사이즈의 책에 기독교인이 왜 생태적으로 살아야 하고, 기후위기를 비롯한 지구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담았다는 지점은 감탄스럽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사회 구조의 문제, 심지어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원에 대한 통찰을 더해 ‘통합생태론’으로 풀어낸 것도 탁월하다. 게다가 기독교신앙을 가진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므로 책의 내용은 사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이다. 차이에 대한 저항감만 넘어선다면 말이다.

임준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장)
  • 7월 6일 바이블25와 당당뉴스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