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작성일
2020-06-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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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제 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총회가 진행되었었다. 이 총회의 참석자들은 ‘지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에 대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를 채택하였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지구 생태계의 생명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인간의 농지 확대와 도시 개발, 해안 매립으로 인한 생물의 서식공간의 분절과 감소, 야생 동물의 밀렵과 희귀식물의 채취 등 불법 포획과 남획의 증가,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확산,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외래종의 침입, 그리고 기후변화를 지목하였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명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여러 원인들의 영향을 더욱 심화시키는 가장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요인이라고 분석을 했다.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폭염 등과 같은 기상 이변을 발생시키고, 해양의 산성도를 높이며, 해수면을 상승시켜 해안 토지의 침수를 일으키기 때문에 생물들의 이동을 촉진시켜 새로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출현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우한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185개 국가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었고, 현재는 600만 명에 이르는 확진 환자가 발생하여 이 가운데 37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의 보고서가 미래의 상황에 대한 예측 보고서가 아니라 현재의 팬데믹의 현실을 정확히 기술한 보고서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현재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일부인 것이다. 따라서 이 위기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며, 더 큰 위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9년에 발표한 ‘전 지구 기후 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지난 5년을 인류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기’로 분석을 하였다. 이 보고서는 2019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후에 200여 년 동안 1.1도 상승하였는데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0.2도가 상승하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으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자는 내용의 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2018년에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의 45% 수준으로 감축해야한다는 IPCC의 특별보고서가 제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의 시급성과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 정부의 노력은 아직도 미진하기만 하다.

이러한 지구 생명 전체의 위기상황 가운데서 과연 교회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아직까지도 교회는 당장의 코로나19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아직도 이러한 위기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책임 회피와 사회를 탓하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지키고 돌보는 구원의 방주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오순절 성령강림의 사건을 통해 세워진 교회는 권력과 힘에 굴하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정의와 평화와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는 길로 세상을 인도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거룩한 공동체이다. 때문의 이제 기후위기에 직면한 교회는 생명의 위기를 알리는 파수꾼이 되어야 하고, 어둠 속에서 생명으로 풍성한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6월 첫째주일을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환경주일로 정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제 37회를 맞는 2020년 환경주일의 주제를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 기후위기시대, 생명다양성을 지키는 교회’로 정하고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며 ‘기후위기 비상사태, 한국교회는 작은 생명 하나까지 돌보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선언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과 기후 약자들을 우선적으로 돌볼 것을 요청하고, 한국교회가 창조세계를 온전히 돌보지 못한 괴오를 참회하며 생태정의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생태환경선교에 온 힘을 다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 목소리에 한국교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글은 '기독교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