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 위기는 한국교회의 위기다

작성일
2020-08-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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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한국교회의 위기다


신익상 소장,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 상황 한가운데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어야 하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 참된 신앙은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입증되는가, 아니면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입증되는가? 이 시험대 위에서‘상황’을 다시 둘러본다. 당장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대유행과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인해 전국에 걸쳐 발생한 홍수 및 산사태 피해.

7월 초에 유엔환경계획과 국제축산연구소는‘팬데믹 예방: 동물성 질병과 전염병 사이의 고리를 끊어내는 법’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이 보고서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최근50년 동안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의 약75%가 동물에게서 옮겨 온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둘째, 이렇게 동물에게서 옮겨 온 전염병이 많아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이다. 인간이 공장식 대규모 농장과 축산을 위시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한 결과 야생 동물이 살 곳이 적어졌고, 그래서 인간과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자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동물 유래 전염병이 빈번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런 동물 유래 전염병의 지극히 단편적인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일부만으로도 인류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는 대단히 많은 생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 50일을 훌쩍 넘긴 장마와 홍수, 산사태를 잇는 폭염에서 엿볼 수 있듯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 이변, 그리고 호주, 미국, 아마존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빈번해진 대형 산불과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 중 일부일 뿐이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1℃의 기온 상승이 가져온 상황일 뿐, 이대로 간다면2050년에는3℃ 이상의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 이 작을 것만 같은 기온 상승은 지구를 새로운 균형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이 새로운 균형 상태는 지구 생물의95%를 멸종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고 낯선 균형이다. 기후 위기가 다가오는 속도는 인간 문명이 자신을 성찰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이 속도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고쳐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서 인류는 자신이 만든 근대 문명, 끝없는 성장을 통해 시장을 키우기만 하려는 욕망의 문명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신앙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촉박하고 다급하지 않은가?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교회가 교회로 남아 있는 것도 불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지난8월20일, 한국교회연합은 수도권 교회의 대면 예배 금지 행정명령을 수용하지 말라는 문자 공지를 회원교회에 보낸 바 있다. 참된 신앙은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의 핵심에는 이러한 발상으로 신앙을 입증하고자 한 사랑제일교회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있다. 이러한 행태를 조장하는 일부 교회 지도자의 가르침은 얼마나 예수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가? 한국교회 성도들의 대다수는 코로나19 사태를 끝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교회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성도들은 교회 밖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전쟁에 필요한 것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며,세상과의 소통이다.

지금 인류는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코로나19와 같은 동물 유래 전염병과 기후 위기로 인한 파국의 길에 들어서 있다. 이 덫은 끝없는 경제 성장을 통해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교회의 믿음은 이 근거 없는 믿음에 맞서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의 믿음이 생명을 살리는 소망을 성취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한, 기후 위기는 한국교회 자신의 위기이다.



(이 글은 한국장로신문 2020년 8월 29일자에 기고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