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한국교회가 생명다양성을 지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작성일
2020-06-02 17:01
조회
1207

111.jpg

한국교회가 생명다양성을 지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전 지구로 확산되는 ‘팬데믹’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하게 방역체계가 가동되고 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글로벌 경제의 침체 속에 경제적 피해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교회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예배와 모임, 교회교육과 선교활동을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해야하는 과정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이 앞으로 더욱 자주 출현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의 활동이 더욱 확대되면서 인간이 농지와 주거지 등을 개발하기 위해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침범하여 인간과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들과 야생생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병의 확산을 단순히 보건의료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 문명이 초래한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비롯해서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자연의 다양한 식물들과 동물들로부터 얻어 왔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사육하여 필요한 것을 자연에서 직접 얻기도 하였지만, 인간의 생활을 위한 대부분의 것들은 지구의 수많은 생물들이 베풀어주는 혜택으로 얻게 되는 것이었다. 수분곤충들은 농사를 도와주었고, 숲의 다양한 식물들은 약용 성분을 나누어주었으며, 미생물들은 대기와 토양과 물을 정화하여 인간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베풀어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살아왔지만, 농지 확대와 도시 개발, 해안 매립으로 야생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식처를 파괴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산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확산과 야생 생물의 밀렵과 남획으로 생물의 멸종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지난 2010년대에만 이미 467종의 생물이 멸종되었고 수십 년 안에 16,928종의 생물이 추가로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머지않아 지구에서 살아가는 800만 종의 동식물 가운데 8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지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또한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인 생물의 멸종을 가속화시키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러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국지적인 가뭄과 홍수의 증가, 해안 저지대 침수, 대규모의 화재를 증가시켜 생명다양성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한 생물 대멸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다양한 생명으로 가득한 지구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마지막 인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서의 첫 장인 창세기 1장과 2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땅의 풀과 나무, 물고기, 새들과 짐승을 각각의 종류대로 손수 만드셨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하나님의 창조의 동산이고, 다양한 생명들은 모두 하나님의 손길로 빚어져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고 감격하신 고귀한 존재라는 신앙고백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창세기에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다스리는 거룩한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환경파괴로 인한 생명의 위기 가운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창조세계의 다양한 생명을 다스리고 돌보는 일, 하나님께서 각기 다르게 창조하신 생명다양성을 보존해야하는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회는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의 생명을 구원하는 방주가 되어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 역시 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이루신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의 사역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회는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모든 생물들을 약자로 이해하고, 생명다양성을 회복하여 생태정의를 이루는 일에 깊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제안으로 지난 1984년부터 6월 첫째주일을 환경주일로 정하고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올해로 37회가 되는 2020년 환경주일의 주제는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 기후위기시대에 생명다양성을 지키는 교회’로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자료가 각 교단으로 배포되었고, 생명다양성을 주제로 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환경주일 예배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모든 생명들을 창조세계의 구성원으로 상호의존의 관계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바라보고, 약하고 아픈 생명들에게 돌봄과 보살핌을 나누는 교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생명다양성을 지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교회가 아니면 지금 이 일을 누가 해야겠는가?

(이 글은 한국장로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