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였으니' (Feat. 창세기 1:27)

작성일
2021-07-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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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였으니' (Feat. 창세기 1:2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김종우 방연상 송기원 이삼열 저, 동아시아, 2017년) >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5월 26일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일부 개정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 7조의 3항의 ‘사전검토’ 조항이다.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아니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만든 경우, 최종 산물인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에 외래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현대생명공학기술로 개발된 최종 유전자변형생물체가 기존의 전통육종 또는 자연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과학적 사실이 제시된 경우’에는 기존의 규제 절차였던 위해성심사, 수입승인, 생산승인, 이용승인 절차를 면제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유전자변형생물)의 승인 규제 완화이다. 특히 유전자가위기술을 사용한 GMO는 앞으로 GMO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란 생명체의 기본 구성단위인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인위적인 설계, 합성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나 생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등의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2011년에 ‘DNA 혁명’ 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이 발견되면서 합성생물학의 정밀성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이후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없앤 돼지, 말라리아 유전자조작 모기가 만들어지고, 인간 배아에서 일부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편집 실험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지적 호기심이 인간 행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언젠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류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바이오산업을 앞세운 산업자본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전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양한 윤리적 논의와 생태적 안정성의 논의, 게다가 유전자 조작이 창조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종교적 논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항상 기업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중흥을 위한 대규모 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실낱같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Why not? 하지만 성찰 없는 과학과 배려 없는 정책이 섣불리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재앙과 고통이 쏟아져 나올 뿐이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는 무의미로 치닫는 생명과학에 의미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은 유전자가위기술을 품은 생명과학이 만들어 나갈 미래 사회에 대해 과학 안에서, 윤리학과 철학, 신학, 정책적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를 진지하게 펼쳐나간다. 문제의 해답은 이해관계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는 오랜 여정의의 끝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유전자가위기술을 활용한 생명과학의 논의는 결국 우리들 자신,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생명의 본질을 찾는 일이다. 생명과학이 만들어낸 유전자가위기술은 생명을 이용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 유전자가위기술은 생명을 돌이킬 수 없는 혼란과 위기로 몰아넣는 악마의 유혹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대중화된 유전자가위기술이 우생학적인 차원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세력이나 그릇된 신념을 가진 바이오 해커의 바이오테러의 도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식품용 GMO는 215만 톤, 사료용 GMO는 948만 톤을 수입한 대표적인 GMO 수입 국가이다. 부디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유전자변형생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유전자변형과 생명공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장을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

(이 글은 바이블25 오늘의 책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