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바다가 다시 노래하기를!

작성일
2021-04-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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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다시 노래하기를!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이 있다.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찰스 무어라는 사람에 의해 1997년 발견되었고, 크기가 무려 한반도의 7배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해변이나 강을 통해 쓰레기들이 바다로 모여들어 해류를 따라 한 곳에 모이고, 거대한 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근래 인간이 입는 옷의 태반인 폴리에스테르, 일종의 플라스틱으로 세탁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우리는 바다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 쓰레기섬 인근에서 잡힌 생물에게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곤 한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지만 대신 쪼개지고 갈라져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가 되어 바다를 떠돈다. 바다생물들은 플랑크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다. 결국 돌고 돌아 인간의 밥상에 도착하고도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상태로 존재한다. 누군들 강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한 조각이 이런 일을 만들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바다에 일어나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은 바다를 생명의 터전에서 욕망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타이거 새우를 양식하는 동남아 국가의 망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의 슬러지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 망그로브 숲은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다. 그 자체로 중요한 생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탄소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개발에 대한 욕심과 새우 양식장으로 인해서 말이다.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 해일이나 태풍을 막아줄 자연 방파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욕망의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물이 촘촘해지고, 어업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바다생물의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줄어든다. 가끔씩 발생하는 선박 좌초나 침몰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는 인근 해양을 비롯해 해류를 따라 피해를 끼친다. 심지어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핵연료를 식히는데 쓰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바다는 기후위기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탄소의 절반을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해수 온도 상승은 물론이고, 해수의 산성화가 일어난다. 해수 온도상승과 산성화는 수많은 바다생물의 터전인 산호초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바다가 언제까지 이 흡수를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후학자들은 바다가 더이상 탄소를 흡수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땐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더불어 해수 온도상승으로 인해 이전에 한국의 바다에서 볼 수 없던 열대 어종들이 자주 잡히기도 하고, 우리가 쉽게 먹던 찬 바다에 주로 사는 명태와 같은 어종을 구경조차 힘들어졌다. 바다 생태계는 이미 온난화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수많은 산호초섬, 투발루, 키리바시, 바누아투 심지어 몰디브까지도 지금대로라면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된다.
예언자 이사야는 “새 노래로 주님을 찬송하여라. 땅 끝에서부터 그를 찬송하여라. 항해하는 사람들아, 바다 속에 사는 피조물들아, 섬들아, 거기에 사는 주민들아,”(이사야 42:10)라고 노래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이가 공의로 구원을 이루시는 날, 바다 속의 피조물과 섬들, 거기의 주민들이 새 노래로 주님을 찬양할 것이라는 고백이다. 예언자의 말대로 되어지기를 소망한다. 위기에 놓인 수많은 바다 생명과 섬들, 주민들의 삶에 평안이 있기를! 다시 새 노래로 주님의 은총을 함께 노래하기를! 감히 어떤 위협도 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공의로운 세상이 우리에게 이르기를 소망해본다. -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 새가정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