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작성일
2021-0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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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20년 2월, 간밤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SNS에서 보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이미 1월 말 북방산개구리들이 깨어나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했다는 기사들이 있었다. 거의 추운 날이 없었던 작년 겨울, 기후위기는 그렇게 한창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을 깨웠다. 그리고 며칠 후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다. 이미 겨울잠에서 깬 북방산개구리들이 혹한에 얼어 죽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들이 낳아놓은 알들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었을 터였다.
두루미나 재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은 난개발과 기후위기의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다. 난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해 갯벌과 습지를 비롯한 서식지들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돌아와 먹이를 먹고, 생활하며, 번식해야 할 장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개체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철새의 삶을 포기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서식환경의 변화로 인해 아예 한반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새들, 이른바 ‘텃새화’하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랜 세월을 자신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왔을 철새들의 삶이 변하고 있다.
개구리와 철새가 살기 힘든 세상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작년 봄, 때아닌 냉해로 사과나무 꽃, 배나무 꽃이 피다 말고 졌고, 그로 인해 과수 농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허다하다. 사과의 최적 재배지가 대구가 아닌 홍천으로 옮겨간 지 이미 오래되었고, 제주도에서만 나던 감귤이 내륙으로 상륙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록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이지만 바나나 농사가 시작되었고, 온갖 열대과일들의 재배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농민들이 평생을 재배하던 작물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모두 기후가 적합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당연하다. 너무 암울한 전망일지는 몰라도 우리의 생애 동안 기후위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1℃가 오른 지금을 어쩌면 그나마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상상했던 최악보다 더 심각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2020년 여름의 기나긴 폭우와 홍수가 지난 후 “올해가 가장 평범한 날씨였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바로 이런 경고였다.
예수께서는 오늘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공중의 새를 보아라,”,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하셨다. 하나님이 먹이고, 입히신다고, 그러나 슬프게도 이젠 공중의 새들도 살 곳과 먹을 것을 잃었고, 들의 백합화도 생존을 위협당한다. 그뿐이랴? 수많은 생명이 쫓겨나고, 빼앗기고, 죽임당하는 일종의 나그네이자 난민이 되고 말았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들이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자라는 땅에서 땀 흘리는 수고를 해야만 먹거리를 얻게 되었듯, 은총에 배부른 줄 모르는 삶은 언제나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래서 결국 은총의 삶을 회복하는 일은 회개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우리는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던 매일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했는지 코로나 19를 통해서 배웠다. 그리고 아마도 기후위기가 초래할 위험이 몇 배는 더 심각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 19에 빼앗긴 우리의 일상은 인간관계와 돈벌이였지만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의 기반과 터전을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작고 볍씨가 자라 쌀알을 내지 않는다면, 나뭇가지가 더 이상 소담스런 과일을 맺지 않는다면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주십시오”(눅 11:3, 새번역)라고 기도한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의 은총이 지켜질 수 있을까?


*새가정 2월호 <생태계와 더불어 살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