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작성일
2021-12-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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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 한국 정부 탄소중립정책의 문제점

지난 9월 30일,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새문안로 콘코디언 빌딩 앞 거리에서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에 참여한 4대 종단의 종교위원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4대종단의 종교위원들은 탄소중립위원회 회의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참여하지도 않았고,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2℃에 맞춘 2018년 대비 35% 온실가스감축안이 정부안으로 제출되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부처의 안일함과 직무유기를 비판하며, “우리들 때문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난한 국가와 사회적 약자, 청소년들과 미래세대가 희생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과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볼 책임이 있음을 의식하고 정부와 기업의 즉각적이고 합당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탄소중립위원회 종교위원 사퇴문을 발표했다. 종교위원들은 “산업의 구조를 빠르고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국회와 정부가 만들고 시행하도록 탄소중립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추동”할 것을 요청하며, “종교계에서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해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실천과 연대에 힘을 더할 것이다.”는 문장으로 사퇴문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한 종교위원들은 사퇴문과는 별도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탄소중립위원회에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지만, 이미 정부는 사전에 온실가스감축안의 한계치를 정해두고 위원들을 설득하려했을 뿐이고, 종교위원들의 온실가스감축목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그럼 어디서 어떻게 더 감축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며, 고심 끝에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위원회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인 10월 4일에는 세계 주요 종교들을 대표하는 40명에 달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과학자들과 함께 바티칸에 모여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 앞서 ‘획기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세우고 기후행동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공동호소문‘을 COP26 의장인 혼 알로크 샤르마에게 전달하였다. 이 호소문에서 세계 종교지도자들은 COP26이 “부유한 국가들부터 앞장서서 자신의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하고, 빈곤한 국가들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빨리 넷제로를 성취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놓고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경제, 생태적이고 환경을 착취하지 않는 돌봄의 경제, 생명을 지원하는 경제, 과잉의 사악함을 비판하는 경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새로운 종류의 경제’를 채택하는” 원대한 뜻을 세워야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세계 종교지도자들의 호소문도 메아리 없는 허공을 향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지난 11월 13일에 막을 내린 COP26는 시종일관 강대국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득실이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과학적 증거나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약소국들의 호소를 압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회의장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었고, 석탄사용 중단은 단계적 사용감소라는 하나마나한 합의를 이루었을 뿐이고, 기후재난 취약국가를 위한 지원금을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2배로 확대하자는 공허한 약속으로 가득한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맺었을 뿐이다.

COP26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의 현실과 함께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COP26의 결과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는 “기후변화회의의 불충분한 결과에 실망과 당혹감”을 표하며, “COP26의 결과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비상사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헌신과 행동의 부족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파리 협약의 목표의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더 광범위한 경제 개혁과 변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는 "이번 당사국총회의 공식 회의가 추상적 문구만 가지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과 가장 중요한 해법들은 배제”되었으며, “무책임한 지연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가와 시민들의 삶은 기후재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사국총회 자체가 함께 바뀌어야 할 체제의 일부임이 확인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한국정부를 향해 “탄소중립이 아니라 2050년 이전 배출제로를 위한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할 것과 “신규 석탄 프로젝트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사실상의 기업 지원 법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기하고 ‘기후정의 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시간과 장소의 차이가 있지만 탄소중립위원회의 종교위원 사퇴와 COP26의 공허한 결과물은 결국 하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수 세기 동안 누적되어온 세계경제체제의 불평등과 생태적 약탈의 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기후위기를 당장의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경제적 문제, 혹은 정치적 문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 아래의 피상적인 대응은 결국 진정한 기후위기의 대응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올바른 대응 즉, 인천 특별보고서가 제시한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목표를 국가탄소감축목표의 재설정, 2050탄소중립이 아니라 2050년 이전 배출제로를 위한 시나리오의 재구성, 신규 석탄발전 계획의 즉각적인 중단,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을 뒷받침할 ‘기후정의 기본법’의 제정은 올바른 인식, 그 다음의 일이다.

작년 9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종교인들이 발표한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문’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은 두려움과 혼란이 아니라 미래세계를 위한 적극적인 창조임을 확신하며, 우리 종교인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규범과 지침을 만들어 행동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 이후 한 해가 속절없이 지나갔다. 올바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종교계가 절박한 심정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종교계가 어리석음과 탐욕에 덧씌워진 기후위기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분석을 바탕으로 올바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만드는 일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 글은 '종교와 평화' 164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