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 우리나라 폐기물의 현황과 교회의 역할

작성일
2021-08-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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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 우리나라 폐기물의 현황과 교회의 역할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난 주 인천 서구와 전남 해남에 있는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해마다 환경선교에 앞장서온 교회들을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하고 있는데, 2021년 올해의 녹색교회로 추천을 받은 교회들을 방문하는 자리였습니다. 인천의 교회는 코로나19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교회 안에 ‘제로 웨이스트 샵’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샵(Zero Waste Shop)’은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의 내용품만을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담임 목사님은 인천 서구지역은 수도권지역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곳이라, 지역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쓰레기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관심으로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샵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남의 교회는 오래전부터 초록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초록가게가 지역사회에서 많이 알려져서 초록가게를 중심으로 노인과 청소년, 이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인근 교회에서 안 입는 옷들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운영하면서 담임 목사님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너무 멀쩡한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에 애를 태우셨습니다.

갈 곳 없는 쓰레기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장바구니 하나에 담길 물건들이 이중, 삼중의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으로 부풀려져서, 배송박스 한가득 쓰레기를 남깁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배송 소비의 증가로 일회용 플라스틱과 포장 용기들이 터무니없이 늘어나버렸습니다. 쓰레기들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애를 써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곁에 머물러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의 발생은 계속 증가하는데 반해 이제 기존의 매립과 소각 처리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매립지들은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새로운 소각장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습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난 2018년 중국 정부가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보다 더 심각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쓰레기의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여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실제적인 탄소배출이 없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역시 큰 폭으로 감축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최근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 현황을 살펴볼까요? 쓰레기의 법적인 용어는 폐기물입니다. 환경부는 해마다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폐기물을 발생원에 따라 생활폐기물, 사업장폐기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매립, 소각, 재활용, 해역방출 등으로 정하고 법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의하면 2019년에 하루에 발생한 총 폐기물은 497,238톤으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은 하루 221,102톤, 사업장폐기물은 하루 202,619톤, 그리고 생활폐기물은 하루 57,961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를 연간 발생량으로 환산해보면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무려 181,491,870톤의 폐기물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폐기물의 86.6%는 재활용이 되었고, 나머지 6.1%는 소각, 5.2%는 매립의 방식으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경우에는 59.7%만 재활용 처리되었고, 25.7%는 소각, 12.7%는 매립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한 명이 하루에 생활폐기물을 평균적으로 1.09kg을 배출하고 있으니, 대략 하루에 650g의 재활용폐기물과 280g의 매립폐기물, 138g의 소각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한 사람이 해마다 240kg의 재활용폐기물, 102kg의 소각폐기물, 50kg의 매립폐기물, 총량으로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자신의 몸무게의 5,6배에 해당하는 약 400kg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통계를 기준으로 계산을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한 명이 평생 만들어내는 폐기물은 5톤 트럭 6대에 해당하는 32톤에 이르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폐기물의 발생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원순환연구소 홍수열 소장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 올림픽 개최이후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소비가 증가하게 되어 쓰레기 발생량도 같은 양으로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서울시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가 포화되어 인천 서구에 수도권 매립지를 마련하게 되었고, 음식물 처리시설과 대형 소각장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어 1995년에는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고, 분리수거와 재활용 체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자원순환과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쓰레기 문제의 대책은 크게 발생과 처리의 차원에서 다루어집니다. 쓰레기의 발생의 차원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책입니다. 최근 기후위기의 대응 차원에서 음식물 쓰레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물의 재료로 사용되는 농산물들이 크기와 모양이 상품의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 폐기되는 양이 1/3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로 저렴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업 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미니멀 라이프, 리페어 컬쳐 등과 같이 쓰레기가 발생을 최소화하는 운동을 통한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쓰레기의 처리의 차원에서는 재활용 비중의 향상을 통해 매립과 소각의 처리방법을 최소화하는 방법들이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폐기물의 재활용 비중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분리배출 방법을 더 세분화시키고, 관련된 교육을 확산하여 더 종합적인 자원순환 체계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들이 개인의 실천적 차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법적 제도로 뒷받침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개인이 일회용 컵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서 재활용 비중을 높일 수 있다 하더라도 일회용 컵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생산자들이 폐기물 처리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폐기물 감소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일회용 컵 생산자에게 분리수거와 재활용, 탄소배출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청구해서 일회용 컵의 생산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일회용 컵 폐기물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일회용 컵 뿐만이 아니라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생산품에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추가한다면 폐기물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고 처리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폐기물의 처리에 있어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자원순환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폐기물 정책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쓰레기란 무엇일까요? 다른 복음서들과 달리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사건 이후 제자들에게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요 6:12)고 이야기하신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쓰레기라는 단어를 ‘쓸모없게 되어 버려야 될 것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음식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는 것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만들어진 고귀한 모든 일들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서는 쓰레기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철따라 이곳저곳을 떠도는 새들이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배설한 분변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유기질 거름이 되어 나무를 튼튼하게 자라게 합니다. 봄에 돋아나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시들어 쓰러진 들꽃들은 분해되어 다시 봄의 새싹을 만드는 흙이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새들을 보고(마 6:26) 들꽃을 생각하라고(마 6:28) 이야기하신 것 아닐까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쓸모없어 버려지는 것이 없는 축복받은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하셨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하염없이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진정 하나님의 축복에 온전히 머무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은 다 귀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이 하나님께 온전히 돌려드리는 감사의 생활을 해야 합니다. 버리는 것이 없도록 하는 감사의 삶, 이것이 신앙인들에게 쓰레기 문제의 해답이고, 자원순환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앙을 간직한 교회 공동체들이 초록가게, 업 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미니멀 라이프, 리페어 컬쳐와 같은 폐기물을 없애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세상에는 폐기물이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감사의 잔치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빛과소금'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