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사고, 그리고 10년

작성일
2021-03-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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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후쿠시마 핵사고, 그리고 10년

맨 처음 지진해일이 있었다. 갑작스런 지진해일은 자연재해였지만 이후 이어진 후쿠시마 핵사고는 인재(人災)였다. 2011년 3월 11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지역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방사선량을 기록 중이고,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바닷물을 투입 중이며, 그 냉각수는 ‘오염수’라는 이름으로 주변 탱크에 저장되고 있다. 오염을 제거한다고 토양을 걷어냈으나 토양을 둘 곳이 없어 검은 자루에 넣어 인근 부지에 쌓아두었고, 2019년 여름 태풍과 폭우, 홍수에 대부분 유실되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했다. ‘제거’가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스럽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피난했으나 다시 귀환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는 작년 여름 코로나로 인해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주제가 ‘부흥과 재건’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모두 극복한 일본이라는 타이틀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높은 수치의 방사선 피폭을 주민에게 강요한 것이다. 피난민 중 공무원을 다시 후쿠시마 핵사고 지역으로 발령내고, 입학할 아이들의 학교를 후쿠시마 지역 학교로 배정했다. 그리고 그간 지원되던 피난 지원금을 끊어버렸고, 돌아가지 않으면 생계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방재작업을 위해 투입된 노동자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노숙인들을 방재작업에 투입했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의 태반을 그들의 먹고, 입고, 자는 비용으로 다시 회수해 간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긴급피난지역에 포함되지 못한 인근 지역 주변 주민들에게선 갑상선암을 비롯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질병들이 몇 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결과를 관련 질병에 대해 검진받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서 이전 같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사람들이 검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발뺌했다. 허나 이 역시 사고 이후 5년이 채 되기 전에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 사실상 외부피폭보다 심각한 것은 장기간 내부피폭이라고 한다. 이는 후쿠시마 핵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2012년 후쿠시마 핵사고 1년 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은 우리가 “피폭자의 자리”, 즉 핵발전과 핵무기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핵 문제를 바라보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핵은 기독교 신앙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것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한국교회가 숙고하여 세상에 내놓은 답이었다. 그리고 선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대체인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는 선언의 실천을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선언을 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탈핵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핵발전소는 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탈핵 시계는 상업 가동을 시작하지도 않은 신고리 5, 6호기가 가동을 멈출 2082년을 가리키고 있다.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권에서 핵발전소 개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리고 핵발전소에선 종종 크고 작은 사고의 소식도 들려온다. 특히 올해 1월 불거진 월성 방사성 물질 누출사건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장담하던 이들이 얼마나 무능했는지 그리고 거짓과 은폐의 달인인지 보여줬다. 자그마치 6년간 핵연료 저장수조 차수막의 훼손을 몰랐고, 알고 난 지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지금도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몸에서는 이미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다. 이런 거짓과 은폐에 우연이 더해져 슬프게도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핵사고가 일어났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안전이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꽃피는 봄날, 우리는 이 비통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 월간 새가정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