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참여와 행동으로 일구는 생명의 경제 “시장자본주의를 넘어 경제민주화로”

작성일
2021-10-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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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경제 아카데미 간담회 장면20210826.JPG

참여와 행동으로 일구는 생명의 경제 “시장자본주의에서 경제민주화로”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
(출애굽기 16장 18절, 고린도후서 9장 15절)


생명의 경제(Economy of Life)는 하나님의 살림살이(oikos)를 회복하는 것이다. 생명의 경제를 일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살림살이가 어떤 것인지 알고 구체적인 삶속에서 실천해야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98년 하라레 총회(Harare, Zimbabwe)부터 2014년 부산총회 까지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위기를 연결하는 생명의 경제를 발표하고 세계교회의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세계교회의 오랜 주제이다.

세계교회는 시장자본주의와 기후위기의 연결고리가 개발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이 패러다임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여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게 만든다. 또한 산업화와 화석연료를 남용하게 만들어 기후위기를 일으킨다. 시장자본주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경제를 통해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하나님의 살림살이를 회복하기 위한 생명의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시장자본주의에 맞서 인간과 지구를 살리려는 대안적 노력이다.

세계교회는 ‘아가페 프로세스’(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s and Earth)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주의에 맞서 생명을 지키는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한다. 아가페 사랑에 따르면 생명이란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이 사랑은 시장자본주의에 맞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는 거룩한 힘이다. 세계교회는 이러한 힘에 의지해 생명의 경제라는 대안적 패러다임을 선포하고 선교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경제라는 대안적 패러다임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의 경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8월 26일, ‘생명의 경제 아카데미 간담회’를 진행해 기후위기에 대응한 사회경제적 전환의 담론들을 토론했다. 이 아카데미는 한국교회에 생명의 경제를 소개하고 앞으로 행동그룹을 구성해 교육 및 실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경제학에서는 사회구조의 전환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탈성장 담론으로 대표된다. 지난 간담회 대표 발제를 맡은 홍덕화 교수(충북대)는 “지금의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성장의 패러다임을 강조한 시장자본주의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한 오늘 우리사회에 요청되는 분배적 절차적 기후정의운동의 필요성 대해 설명했다. 우상화된 경제성장을 멈추고 지속가능하고 회복가능한 대안적 경제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체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자연을 함께 돌보며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어떻게 생명의 경제에 참여할 것인가? ‘사회적 기업과 생명의 경제’에 대해 발표한 서진선 교수(한남대)는 사회적 경제를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그리고 비영리조직에 의해 수행된 경제활동으로 정의하며, 이윤 보다는 공동체와 구성원의 이해를 위한 경제운영 방식”임을 강조한다. 사회적 기업의 경제활동은 창출된 잉여 이윤에 대해서 자본축적 보다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민주적으로 분배되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경제운용 방식은 교회 공동체에 적합하며 생명의 경제와 사회적경제가 연결되는 교집합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교회의 대표적인 사례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교회 지붕과 주차장, 유휴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감리교햇빛발전협동조합과 기장햇빛발전협동조합은 교단차원에서 각 교회에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홍보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각 교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발전 방식을 거부하고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민주적인 운영절차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명의 경제를 만들게 된다.

다음으로 세계교회는 생명의 경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정의금융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의금융 운동(Justice Capital)은 시장경제체제의 자본운용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고 기후약자와 소외계층, 파괴된 자연에게 경제적 이익이 재분배 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기후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철회운동(Divestment)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운동은 사회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책임 하에서 자본을 운용하게 하는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 교회는 신앙공동체가 소유한 자본을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게 운영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대안적 금융운동을 실천하는 선교단체가 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따뜻한 금융운동을 실천해온 영등포산업선교회 다람쥐회 협동조합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람쥐회는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등에게 시중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기후화폐를 발행하고 생명의 경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람지회의 기후화폐는 화폐를 발행한 발권자들에게 탄소기입장을 쓰게 하고 지역 생협이나 사회적 기업 등에서 화폐를 사용해 경제활동을 하게한다. 이렇게 축적된 기후기금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재투자 되고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를 확대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순환구조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에서 살펴본 생명의 경제 사례들은 ‘공동체 은행’, ‘지역순환경제’ 등과 함께 권력화 된 시장자본주의를 전환시켜 경제민주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구체적인 탄소절감 로드맵과 시나리오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욕망의 구조를 전환하지 않고는 온전한 대응은 어렵다. 성서의 출애굽 공동체와 초대교회 공동체는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출애굽기 16장 18절, 고린도후서 9장 15절)는 말씀을 통해 욕망을 넘어서는 자족과 나눔의 신앙을 강조한다. 개인과 교회, 마을공동체가 더불어 시장자본주의의 욕망의 구조를 생태적으로 전환하고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로 회복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