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신앙으로 일구는 생명의 경제 “탐욕의 경제를 넘어 생명의 은총으로”

작성일
2021-10-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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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일구는 생명의 경제 “탐욕의 경제를 넘어 생명의 은총으로”


"너희는 조심하여, 온갖 탐욕을 멀리하여라.
재산이 차고 넘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거기에 달려 있지 않다." (누가복음 12장 15절)


오늘 우리를 지배하는 학문은 경제학이다. 경제학자 플로라 마이클스(Flora Michaels)는 그의 저서 “모노컬처(Monoculture)” 에서 어떻게 경제학이라는 한 가지 이야기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게 됐는지 설명한다. 경제학은 모든 공공정책의 모국어이고 생활의 언어이며, 사회를 형성하는 세계관과 사고방식이다. 단연코 21세기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 이야기이다. 이는 거대한 경제학 담론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쉽게 우리 삶에서 공감하는 말이다. 경제적인 감각은 개인과 가정, 전체 사회의 행동방식을 결정 짖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 지금 이순간도 돈을 벌기위해 일하고 있고 매 순간 가장 효율적인 소비와 지출을 고민한다. 인생 노년까지 어떻게 경제적 생활을 할 것인지 재테크를 고민하고 주식과 부동산으로 관심을 집중한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효용(Utility)이다. 이 개념은 우리가 물건을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나 행복을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시장으로부터 얻을 때 값을 지불하는 효용을 계산해서 경제지표로 삼는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소비가 증가할수록 만족하고 행복해진다. 따라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득이 증가하면 삶의 만족과 행복도 증가한다. 경제학은 이 효용개념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그래프로 나타낸다. 매번 언론을 통해 접하는 GDP 성장곡선은 효용개념을 도식화 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GDP는 증가하고 경제는 발전한다.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면 사회는 더욱 발전하고 행복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진보를 동일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개발과 성장논리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사회적 생산과 재화가 늘어나면 행복해진다던 경제학의 함수와는 달리, 경제적 불평등은 커지고 기후위기는 심화되며 심지어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들은 멸종에 직면해 있다. 경제학은 가치중립적인 과학의 학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허황된 욕망을 부추기는 탐욕의 학문으로 비판을 받는다.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를 저술한 도넬라 메도우(Donella Meadow)는 “경제 성장은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의 사회구조적 토대는 시장경제체제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에 있다.

탈성장 담론은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사회학자 홍덕화는 “기후위기와 코로나는 경제성장과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재 확산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탈성장의 물음은 GDP 증가로 대표되는 경제성장의 지표가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경제체제의 전환이라는 사회구조적 전환을 요청한다.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사회의 재구성이다. 이러한 대안사회는 사회 경제적 변화이기도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로 대표되던 욕망과 탐욕의 가치에 대한 전환이기도 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96년 하라레(Harare, Zimbabwe) 총회부터 세계화의 따른 부정의와 불평등을 직시하고 교회의 대응을 모색해 왔다. 2006년 WCC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 Brazil) 총회부터는 기후위기를 포함한 생태문제에 대응하며 아가페 프로세스(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s and Earth)를 발표한 것이다. 아가페 프로세스는 생명을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강조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항하여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대안을 기독교신앙 안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탐욕을 넘어 사회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성서의 전통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욕망과 소유에 대한 절제를 통해서 탐욕을 넘어서는 가치를 말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신앙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온전한 사회구조적 전환은 우리 가치의 전환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하다. 기독교는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녹색신앙으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성서는 인간의 욕망과 소유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한다. 녹색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것은 기후위기의 본질을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되는 길이다.

성서의 말씀은 이웃과의 관계에서 소유에 대한 철저한 절제를 명령한다. 구약의 십계명 (출애굽기 20:7)과 신명기 율법 (신명기 6:21)은 하나님이 주신 해방의 은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탐욕에 대한 철저한 절제와 겸손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을 강조한다. 또한 구약의 예언서는 하나님의 심판의 시작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있음을 강조한다. (미가 2:2) 초대교회 신앙도 하나님의 공정한 법을 거슬러 악행과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원인을 두고 있음을 고백한다. (로마서 1:29)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욕망을 넘어서야하는 이유를 생명을 얻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문제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즉, 기독교 신앙의 진리는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질적 소유가 필요하지만 소유의 풍성함이 생명의 풍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누가복음 12: 13-21) 이야기를 통해 철저하게 인간의 욕망과 물질적인 부를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생명을 얻는 것임을 강조한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은 정치경제적 문제이고 사회구조의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로 대변되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바꾸지 않고는 진정한 전환은 이뤄질 수 없다. 자연과 생명을 대상화하고 수단화 하는 인간중심주의적 욕망을 전환하기 위해서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생태적 전환은 신앙을 통해서 그 변화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제 한국교회는 탐욕의 경제를 넘어 생명의 은총으로 나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