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회색에서 녹색으로, 기후-녹색교회 세우기

작성일
2021-09-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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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엑소더스(Green Exodus) :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한국교회의 여정

제2편 : 회색에서 녹색으로, 기후-녹색교회 세우기


글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한국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된 것은 이미 30년 전 일이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UN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협약‘과 함께 ’지구온난화 방지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1997년에 열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회의‘에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를 지정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된다. 그리고 2015년에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 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최초의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고,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회의에서는 산업화 이후 계속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에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최근에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정책과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에 ‘한국판 그린뉴딜 계획’을 통해 총 220조 원의 투자를 통해 저탄소 경제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구상과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한다. 또한 2021년 5월에 국가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여 8월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을 발표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2020년 9월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2021년 9월에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지방정부에서는 지자체마다 ‘탄소중립 선언’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산업계에서도 업계별 탄소중립 계획 발표와 함께 RE100 캠페인과 ESG 경영에 대한 논의 확대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는 2018년부터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고, 부분 지역별로 기후위기 비상행동 조직이 이루어져 정부와 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2050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

이에 교계에서도 2020년에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이 조직되어 정기 포럼을 진행하고 있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집중사업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2021년 3월에는 기독교사회단체들과 참여교회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이 결성되어 수요기후행동과 월례 기도회, 기후행동학교를 진행하고 있으며, 5월에는 한국기독교회회협의회 소속 9개 교단장과 연합기관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2050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행동으로 생태목회 매뉴얼의 제작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 설치를 추진할 것을 결단하였다.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를 돌아보았을 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단과 교회는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한국교회에서 기후위기는 먼 미래에 일어날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와 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어떤 논의도, 대응 기구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교회가 다수이다.


녹색교회 운동

하지만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 안에서도 ‘창조세계의 온전성’(Integrity of Creation)을 지키는 것이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교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녹색교회’라는 이름으로 환경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생태적 성경 이해와 생태적 영성을 함양하며, 지역사회 속에서 환경교육과 환경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해오면서, 생태적인 기독교 공동체와 생활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이들 90여 곳의 녹색교회들은 지난 2018년 ‘녹색교회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교류와 협력을 이어오면서, 지난 2020년에는 그 어떤 교회들보다 먼저 ‘기후위기 녹색교회 비상행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교회 안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확산과 기후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녹색교회는 소속된 교단도, 교회의 규모도, 신앙의 스펙트럼도, 환경선교의 관심사도 다 제각각이지만 6월 ‘환경주일’을 성수하는 것만큼은 일치를 이루고 있다. 환경주일은 1972년 스톡홀름에서 세계인간환경회의가 처음 열린 6월 5일을 기념하여 제정된 ‘환경의 날’에 즈음해 교회에서 환경 파괴로 인한 피조세계의 고통과 창조세계를 온전히 지키고 돌보는 교회의 사명을 되새기기 위한 예배를 6월 첫째주일에 드리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제안으로 1982년부터 한국교회에서 성수되고 있는 주일이다. 녹색교회들은 환경주일을 맞아 지역 녹색교회들이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지역 환경 현안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기도 하며, 환경주일 헌금을 모아 환경선교를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환경주일은 한국 사회에서 녹색교회가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돌아보는 주일이면서, 동시에 녹색교회가 나아가야할 선교적 방향을 확인하는 주일이기도 하다. 최근 5년 간 환경주일의 주요 주제는 ‘기후위기’였다. 기후위기는 교회에 있어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더 이상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존재론적인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는 사건이다. 때문에 이제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금,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9월 25일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전후로 환경주일과는 별도로 기후위기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을 주제로 하는 ‘기후주일’을 한국교회가 제정하여 성수한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후교회가 필요하다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등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를 포함한 세계교회에서는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의 기간을 ‘창조절’(Season of Creation)로 정하고 창조절의 의미와 창조세계에 대한 예배와 공동기도, 성서묵상,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기 위한 공동행동을 안내하는 ‘창조절 안내서’를 제작하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2021년 창조절 안내서를 번역하여 배포하고 있는데, 올해 창조절 안내서의 주제는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며’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세계의 교회는 모든 존재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집에 머물고 있다는 고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하나님의 집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붕괴를 눈앞에 둔 지금, 이 땅의 모든 교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창조세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기후교회’가 되어야 한다. 기후교회는 기후위기의 상황 속에서 정의와 평화와 생명을 위한 신앙적 도전에 응답하는 교회이다. 이미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은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한 문제이며 교회가 이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2020 개신교인 의식조사) 망설일 필요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집에 머물고 있는 피조물들은 기후교회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뉴스앤조이가 공동 기획한 글로 뉴스앤조이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