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작성일
2021-06-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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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018년 8월 1일, 홍천군엔 41℃의 폭염이 찾아왔다. 그날 서울은 39.6℃의 기온을 기록했다. 6월부터 찾아온 열대야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더위는 그해 4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간접요인을 제외하고 순전히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4,515명의 사람 중 사망자의 숫자를 추린 것이 48명이다.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기온의 문제는 노년층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젊은층이라 할지라도 폭염에 장시간 옥외노동을 하는 경우도 온열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여름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최장기간의 장마, 그로 인한 홍수 피해가 그것이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기 길고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고, 그 피해가 막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기후의 위기가 불러온 이 고통은 사람들을 한층 더 힘들게 했다.
기후학자 조천호 박사는 폭염이나 한파, 긴 장마에 대해 한마디로 변해야 할 날씨가 변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메마른 날씨가 며칠간 지속이 되면 그게 가뭄이라는 재난으로 나타나고, 거기에 더위가 더해지면 폭염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시베리아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제트기류의 약화와 사행, 그로 인한 대기의 정체 현상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져 그로 인해 태양으로부터 들어온 에너지가 반사되어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설명은 폭염과 한파, 그리고 기나긴 장마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지구에 수시로 생겨나는 폭우, 우박, 강풍, 번개, 눈보라를 품고 있는 적란운이 히로시마 핵폭탄의 10개에 맞먹는 에너지를 갖는다. 그렇다면 태풍은 어떨까? 태풍이 품고 있는 에너지는 나가사키 핵폭탄의 1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조차 수시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비하면 무척이나 하찮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공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의 해결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폭염과 폭우, 장기간의 장마, 한파와 가뭄과 같은 문제가 우리의 손을 벗어나 있고,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할 때만 해결책이 보인다.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직면한 근원적인 죄악은 ‘교만함’이다. 기후위기는 자신들에게 허락된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은 인류가 만들어낸 위기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이 높아진 이들은 이내 하나님의 존재를 지우고,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듯 떠들어대곤 한다. 우리에게 기후위기의 해결이 난망한 이유는 그런 이들이 계속 공학기술의 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만들어주리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믿는 것은 기껏해야 핵발전소를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거나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도 않은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Storage, CCS)기술이 대기중 탄소 농도를 현격히 줄여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보잘 것 없고, 창조주의 경륜과 섭리에 대한 경외가 부족하기에 가능한 오만함이다. 진작 지구가 우리의 삶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우리가 창조주께서 정하신 한계를 이미 한참이나 넘어섰다는 사실을 아파해야 했다. 하지만 지옥 같던 한여름 폭염과 기나긴 장마에서조차 우리는 회심하지 못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창 1:1, 새번역)고 진심으로 고백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교만함부터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 월간 새가정 7,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