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작성일
2021-06-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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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시릴 디옹 저, 권지현 역, 갈라파고스, 2019년) > 서평

보통은 그렇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먼저 일인시위를 비롯한 각종 시위를 시작한다. 아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하고, 모금을 하고, 지역별 운동 조직에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SNS에 글을 올린다. 그 과정에서 동지와 투쟁의 대상이 선명하게 구분되고,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때로는 물리적인 힘겨루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연 우리는 과연 사회적 인식의 성장과 구조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대립과 갈등, 정치적 승패,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본과 권력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힘의 갈망만이 아닐까?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부터 2050년까지의 30년을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이 30년을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과 똑같이 탄소를 배출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6도를 넘어서게 되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대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IPCC의 권고를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내외로 통제할 수 있어 최악의 생태적 파국은 모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절박함과 시급함 앞에서 기후운동은 여전히 일인시위와 모금, 청원, 캠페인, 집회라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기후운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총체적인, 그리고 신속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의 저자 시릴 디옹은 환경 다큐멘터리 ‘내일’을 제작한 영화감독이다. 저자는 현재의 기후위기 운동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저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전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바꾸는 ‘문화 전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인 ‘선택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대표적인 선택설계인 돈과 법,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을 강조한다. 그가 예를 들고 있는 이야기들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주민참여 예산’이나 ‘주민소환 제도’ 같은 직접 민주주의가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킨다는 이야기, 그리고 인터넷 암호화폐 기술과 연계된 ‘지역화폐’로 타인의 희생과 무한한 성장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의 운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한 가지 더 주장하는 것은 ‘의식 있고 조직된 시민’의 필요성이다. 기업이나 각종 협회들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이익이 보장된 법과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때문에 개인의 윤리적인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시민들이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의식 있고 조직된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의식 있고 조직된 시민이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적인 삶의 실천이 모순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만일 내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면,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 철강, 조선, 자동차, 시멘트, 건설 산업이 아닌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탄소배출이 적은 산업에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나의 변화에서 출발하지 못한 일인시위, 청원, 모금, 캠페인이 우리 운동의 문제인 셈이다. 끊임없이 나의 모순을 성찰하고, 나의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치열한 노력이 없이는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총체적 난국으로부터 결코 구원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바뀌어야한다. 나의 생각을 바꾸기란 태산을 옮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없다. 참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고 독자들을 다독여 준다.

(이 글은 5월 28일 바이블25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