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현대 생태신학자들(3) - 로즈마리 류터

작성일
2012-07-02 13:2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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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태신학자들(3) - 로즈마리 류터

'가이아 속의 하느님'을 중심으로

이 정 배 / 부설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감신대 교수

로즈마리 류터는 가톨릭 신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성 생태학자로서 시카고지역 에반스
톤에 위치한 게렛 감리교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여성 생태신학자들중에는 자연의 해
방과 여성해방을 위해서 기독교 전통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적인 사람도 있
으나 류터는 가톨릭신학자답게 자신의 전통을 중시하고 재해석을 통해 여성생태학적 모티
브를 찾고자 한다.

1996년 가을학기 게렛신학교 교환교수로 머물면서 필자는 류터 교수의 강의를 듣고 그와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6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그녀는 무척 수수한 모습이었고 강의
는 열정적이었으며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아랍정치학을 강의하는 남편과 금술 좋게 살고 있
다는 소식도 주변 학생들로부터 들었다.

1992년 출간된 그의 책 {Gaia and God: An Ecofeminist theology of Earth Healing}은 러
브록과 마굴리스에 의해 사용된 가이아이론, 곧 전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고, 그 속
의 모든 개체들에게 고유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지구라는 유기체가 존속된다. 이 이론 속
에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말해온 기독교 특유의 입장이 자리할 수 없게 된다. 인간 역시 다
른 생명체와 공존하는 자신의 제한적 역할을 감당하는 지구생명체의 일부라고 보기 때문이
다.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지난 4억만년 이래로 대기중의 산소비율이 21%로 고정될 수 있
었던 것은 밀림지역에 살고 있는 흰개미들의 덕분이라고 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겨난
이래로 지구를 향한 태양열이 30-50% 정도 늘어났으며 그로인한 지구상의 산소량 역시 증
가하게 되었는데, - 산소가 1% 증가하는 경우 화재발생률이 60% 이상 높아지게 된다. -
이 증가된 산소량을 소비시킨 것이 바로 흰개미들에 의해 방출된 메탄이라고 한다.

이처럼 류터는 전통적 기독교가 자연을 얼마나 대상화하였으며 지배의 논리(자연지배, 여
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종에 대한 주인의 지배)를 정당화해왔는가를 지적한다.

그는 지배문화 일체를 남성적 단일신론의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독교 문화
와 성서전통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는데 류터의 중요성이 있
다. 그가 'Gaia'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과학적 세계관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이 아니라 지배문화에 대한 새로운 의식, 곧 종교적 비전으로서의 생태학적 영성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기독교전통에서 강조해온 초월적 남성적 신 개념은 여성적 내재적 신성으로 대치하는 것
이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오히려 류터는 생태학적 여성의 빛에서
기독교 전통을 새롭게 조망하기 시작한다. 종래의 가부장적 전통속에서 해석의 정당성을
얻지 못했던 본문을 새롭게 읽어 보려는 것이다.

그는 지구를 구원하기 위하여, 즉 생태학적 영성과 신학을 위하여 성서내의 계약전통과 성
례전 전통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이 두 전통은 상호보완적인 것으로서 전자는 자연에 대
한 인간의 관계, 자연에 대한 윤리적 책임성을 말하며 후자는 전 우주 자연속에서 신적 현
실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지혜문학적인 내용을 지시한다. 류터는 가부장적 구조로부터 이
두 이념들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기독교에 미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성서는 인간
이 하느님에 대해 죄를 범했을 때 전 자연이 인간을 토해내고, 역시 인간이 하느님에게로
돌아올 때 대머리 산에서 강이 흐른다고 하는 설명을 하고 있으며 또한 역사적 지평에서 하
느님을 발견할 수 없었을 때 하늘을 보면서 자신들의 구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전통과 성례전 전통을 상호보완적으로 이해하는 류터의 입장은 인간중심주의를 새롭
게 해석하는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즉 생태학적 치유의식을 갖기 위해 인간중심
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일반적 주장도 류터의 입장에서 볼 때 옳으면서 틀리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성문제를 말하는 한 기독교는 인간의 우위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
다. 또한 기독교전통은 성례전 전통을 통하여 자연과의 신비적 합일을 말하고 있음으로 해
서 탈인간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류터는 가부장주의 내에서 인간
을 탈중심화시키고 자연과의 일체감을 지닌 형태로 인간을 재중심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
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류터는 생태학적 의식을 위해 아시아적 종교와의 만남,
그로부터 배움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단지 자신이 그러한 전통과 관계 맺고 있지 않기 때문
에 그럴 가능성을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류터는 아시아적 영성, 생태의식을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있다. 그가 최근 편집
한 책은 이런 노력을 담아내고 있다(Ecofeminist theology in Context of Asia & Africa
1996). 로즈마리 류터는 제레미 리프킨의 {생명권정치학(Biosphere Politics)}과 생명권의
식을 거론하며 이를 기초로 인간 개인과 사회가 새롭게 형성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은 무척
흥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