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

작성일
2021-10-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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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

<디그로쓰 Degrowth>
(요르고스 칼리스 외 지음, 우석영, 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년)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어느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노골적으로 잘 사는 나라냐 못 사는 나라냐를 따질 때 흔히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수치인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을 따져보게 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차이로. 하지만 최근 2위 중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머지않아 경제성장이 더 가파른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따라잡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총생산을 국민의 수로 나눈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2017년 UN 통계에 의하면 당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모나코와 룩셈부르크를 제치고 1인당 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나라다. 미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는 간신히 9위, 중국은 중간 정도 되는 세계 75위이다. 대국들로서는 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기후위기고 나발이고 간에 오로지 경제성장뿐이다.

부탄은 국내총생산으로는 별 볼 일이 없는 126위의 나라이다. 하지만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에서는 항상 1위를 차지한다. 국민총행복지수는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을 통해 각 국가의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부탄이 국민총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탄 사람들은 경제성장 대신 불교의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가 지구를 괴롭게 만든다는 이야기에는 선뜻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은 이로운 것이고 또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감소, 기후위기. 사실 경제성장이 이 모든 일들의 원흉인데도 말이다. 또한 경제성장은 사회의 불안, 소득불평등, 공동체의 파괴, 배타주의와 능력주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단 하나의 원인이다. 때문의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경제성장의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탈성장, 혹은 적정성장(Degrowth) 운동이 바로 그 방법이다.

<디그로쓰>는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보편 기본 소득, 보편 돌봄 소득, 보편 기본 서비스, 커먼스(Commons, 공공자산) 회복, 노동시간 단축, 공공 금융 제도. 이 책이 공정한 탈탄소사회라는 미래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제사하는 정책들은 이미 이론을 넘어서 세계 각국의 현실 정치 운동 속에서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사회경제 시스템 전환의 방법론만이 아니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대전환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탈성장의 최종 목표는 노동 존엄성의 회복, 이기성을 덜 자극하는 경쟁, 더 평등한 관계, 개인의 성취로 순위가 매겨지지 않는 정체성, 연대감 넘치는 지역사회, 인간적인 삶의 리듬, 자연에 대한 존중이다.”(157쪽)

행복, 평등, 지속가능성, 공동체적 삶, 돌봄, 소박함의 가치, 생태적 삶.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출애굽 사건에서, 선지자들의 외침에서, 시편의 노래들에서, 산상수훈에서, 십자가 언덕에서, 초대교회의 편지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매일매일 질리도록 성서를 통해 듣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서 만들어야 할 미래의 비전과 청사진이었다.

지금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진정한 선진국 부탄 사람들처럼, 성서가 이야기하는 정의, 평화, 생명의 영적인 가치를 현실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일장춘몽에서 깨어나 지구의 흙과 물과 바람으로 빚어진 생명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개밥의 도토리마냥 진주를 그저 밥 먹는데 걸리적거린다고 귀찮아하는 돼지일 뿐이다. 아, 돼지야.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