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한국교회의 의미 있는 첫걸음,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작성일
2021-10-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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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의미 있는 첫걸음,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이양환 간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인간의 책임과 역할

기후위기, 전 지구적 위기이다. ‘전 지구’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과 같이, 이 위기를 맞은 생물종은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다. 이 푸른 별에 발붙여 살아가는 모든 생물종들이 이 위기를 동일하게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라 불리는 이 급격한 환경 변화의 책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주도적인 책임이 단연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인간은 이 별의 역사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존속해온 것은 아니었으나, 합리성이라는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법들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성의 바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여러 생물종의 멸종을 이끌어내고, 여러 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해왔고, 수많은 탄소를 배출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의 과오들을 우리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또한 인간이 지닌 고도의 합리성 덕분이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기후의 비정상성을 판단하고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다시 이 푸른 별을 정상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결국, 이 별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책임과 역할 모두가 인간에게 가장 크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간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합리성을 올곧게 사용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다. 언제나 이기와 욕망의 문제가 이를 왜곡시켜왔기 때문이다. 사사기에서는 한 시대의 암흑기를 표현하며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였다”(삿17:6)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현실에 비추어 말 그대로 적확한 표현이다. 각기 인간은 자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지만, 참 옳은 방향은 각자의 이익만을 따져서는 결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시험대에 오른 인간이 심판받을 것은 단지 고도의 합리성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합리적인 해결책을 인류 공동체가 함께 수행할 것인가. 진정으로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사과하며 재발을 방지할 것 인가하는 심정적이고 도덕적인 차원도 함께 심판받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

기후변화는 이미 30년 전부터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리우선언’과 ‘의제 21', '생물다양성 보전 협약’, ‘기후변화협약’ 등이 채택되었던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부터 국제적인 사회 논제로 부상해왔다. 더불어 1997년에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하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일본 교토에서 채택되었고, 이후 2015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축 의무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면서, 장기적으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하여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와 같은 범국가적 약속들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서 그 정당성을 입증하는데, 이러한 연구결과를 제공하는 곳이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이다. IPCC는 전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연구한 결과를 보고서로 내놓고 있는데, 이 보고서가 앞선 협약들의 근거가 된 것이다. 지난 8월 9일에는 IPCC가 내놓은 6차 보고서의 제 1실무그룹의 보고가 나온 것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 인간의 활동이 대기와 해양, 토지, 생물권에 걸쳐서 급격한 변화의 원인이 되었으며, 지구 각지에서 인류사에 전례 없던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예측보다 더 가속화되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른 각종 현상들을 인류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더 큰 재앙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달성하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방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작년 10월 28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 이미 새로운 경제·국제적 질서이며 이러한 세계적 요구에 따르는 것이 국가의 미래 계획에서 반드시 달성해야하는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30년에 탄소 배출 감축의 중간 목표(NDC)를 설정하고 각 부문별로 탄소절감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목적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이 지난 8월 5일에 발표되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배출량 감축에 각기 다른 전제와 가정을 고려하여 3가지의 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안에 대한 감축 목표나 현실성에 대한 비판점들이 분명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미래에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대대적인 변화를 시행하는 것을 스스로의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교회의 응답

정부가 이러한 예측안을 내놓고 시행계획을 발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순리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양 속담에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판단이 진정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의 여정은 길고 장대하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진정한 행동들을 우리 사이에 꽃피우기 위해서 진정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생겨났고,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한국교회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나타났다.

먼저는 지난 3월 9일에 있었던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의 출범이 있었다.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은 창조세계와 생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하여 방관과 침묵을 멈추고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비상행동단체이다.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연대체로 모였는데, 출범 당시 25개의 단체, 38개의 교회, 82명의 개인이 참여하였고, 그 이후로도 계속 연대 단체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은 국가와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하여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각 교단의 실질적인 대책과 기독교 단체들의 통합적인 대응을 위하여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피켓팅과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지속해오고 있다. 현재도 교단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마련하기 촉구하며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운동 링크 : https://bit.ly/기후위기교단대응서명운동 )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에 응답하듯, 한국교회 교단 측에서도 의미있는 선언을 내놓았다. 지난 5월 20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소속 9개 교단장과 연합기관 대표는 함께 참여하여 ‘2050년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통해서 한국교회는 정부와 국회에 온실기체 감축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요구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하여 수동적인 시행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것을 촉구하였고, 한국교회 스스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행동을 다음과 같이 실천하기로 약속하였다.

▶ 기후위기 인식 개선과 참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기후위기 비상행동 플랫폼 사업 시행
▶ 생태목회 매뉴얼 개발과 교회, 일상, 사회에서 탄소 저감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 제시
▶ 세계교회와 함께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JPIC)의 에큐메니칼 신앙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연구자, 신학자, 기독시민운동그룹을 적극 지원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 설립 추진
▶ <기후위기 기독교신학 포럼>과 <생태정의아카데미>와 연대하여 기후위기시대를 이끌어 갈 다음세대 양성


계속적인 확장과 진정성있는 성찰 필요

기후위기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교단의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한국교회 안에서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이상 유별나거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응당 창조세계의 파괴에 대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식이 전파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제는 한국 개교회와 성도들에게 우리 삶의 각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동참을 요구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결코 선언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약속하는 것들이 이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서, 단순히 종교계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의 감축량의 일부를 담당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후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존중이 이뤄질 수 있는 온전한 창조세계를 이뤄가는 차원에서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한국교회가 창조세계의 회복을 자신의 목적으로 여기고, 지난 일들을 돌이켜 회개하는 일에 힘쓴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세워진 계획들이 이기심과 욕망이 아닌, 공감과 연대 속에서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이 바로 그 긴 여정의 의미 있는 한 걸음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 (마태복음 5장 23-24절, 새번역)

기독교 신앙은 책임적 신앙이다. 그렇기에 신앙인은 이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사과문의 6가지 요소’라는 글을 보면, 진정한 사과는 사태를 설명하고, 보상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과는 진정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뉘우치며,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 푸른 별과 이 곳에 사는 다른 이웃 종들에게 큰 폐를 끼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성장과 욕망만을 목표로 삼고 달려왔던 과거를 진심으로 회개하고 뉘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종들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해야한다. 단지 목표만을 채우는 변화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까지 함께 합응하는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뤄내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될 때, 다른 무언가는 목표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행동과 의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신앙과 그 신앙의 장소인 교회는 이 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50년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의 의미있는 시작을 넘어서, 이 땅의 모든 개교회와 신앙인들이 이 땅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온전한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