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작성일
2022-02-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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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강미경, 갈라파고스, 2013

“지구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다. 우리의 금융 체계가 아무리 영리하다고 해도, 우리의 경제성장 속도가 아무리 인상적이라고 해도, 우리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지구가 더는 우리의 요구를 충족해주지도, 우리의 경제를 지탱해주지도 못할 만큼 훼손된다면 우리에게는 방법이 없다.”(357-8쪽)

혹자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일정 정도의 생태계 파괴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지금은 다들 그것이 얼마나 틀린 말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에 눈물 흘리고, 사막화가 확대되는 것에 가슴 아파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어 홀로 생존할 수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생명 하나까지도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역할을 만약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물론 돈으로 따져 물을 수 없는 엄청난 서비스들이 존재하고 인간은 그중에 아직 태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개중 밝혀진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우리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창출하는 수익을 훨씬 상회하는 가치를 지닌 생태계 서비스가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생태계 서비스’라는 표현조차 송구스러울 만큼 인간은 지구 생태계로부터 어마어마한 것을 받아 생존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엄청난 생태계 서비스를 인류가 경제적 가치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돈이라는 단위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인류의 먹거리 중 토양에서 생산되는 것이 90% 이상이고, 인류는 20세기 중반이후 여러 가지 모양으로 토양의 황폐화를 불러왔으며, 특히나 농업으로 인해 훼손된 토양은 전체 1/3에 해당된다. 그리고 잘못된 토양관리로 매년 추가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이 55억톤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토양이 탄소를 저장하는 성질이라는 사실과 그 자체로 미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지구상의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표토층의 유실과 그로인한 황폐화는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토양 뿐 아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생산하는 식물, 즉 태양에너지를 생명의 에너지로 바꾸는 존재로서의 식물은 지구상의 생태계에서 균형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존재였다. 인류는 해당 존재 자체의 생명력을 이해하기 보단 질소비료나 인을 통해 강제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고 애썼고,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토양의 상실이나 환경의 오염, 개발과 파괴가 불러오는 종 다양성의 감소는 심각한 비용(혹은 후과)를 초래한다. 단일경작이 질병피해에 취약하다는 사실 뿐 아니라 각 종이 갖고 있는 세계 내 역할을 고려할 때 하나의 종이 멸종당하는 것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나 벌이 멸종된다면 인류는 4년 안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벌을 매개로 번식을 하는 생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독수리가 사라진 인도에선 광견병이 창궐했다. 독수리가 먹어치우던 동물의 사체를 개가 대신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동물에게 투여된 디클로페낙이라는 항염제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했고, 독수리와 먹이경쟁을 하던 개들이 경쟁이 사라져 급증하는 바람에 의료비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서로가 함께 이어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를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사실 경제적 가치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터전이 이곳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저자는 그것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에겐 “지구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한다 해도,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여태껏 그래왔듯 우리는 지구 말고는 갈 곳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임준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