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우리는 지금 파국을 성장시키고 있다

작성일
2021-12-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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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파국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현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지구온난화는 지금 우리가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에 발생하고 있는, 인류사상 전례가 없는 전 지구적인 파국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가난을 성장시키고 있다.” -프란츠 알트(Franz Alt),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집

우리 모두는 오늘도 바쁘다. 도시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지하철과 버스, 도로 위 자동차들은 오늘도 수백만의 시민을 어디론가 실어나른다. 하루 활동의 대부분이 경제 활동과 소비에 연결된 삶,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 더 많이 쌓아 올렸다는 기억을 가지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오늘 하루 우리가 쌓아 올린 것이 무엇이었나에 대한 성찰은 매우 드물다. 인간의 삶이 풍요해질수록 지구 생태계는 가난해졌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지구 생태계의 고통도 성장했다. 산과 바다의 무수한 생물종이 사라졌으며, 탄소배출을 통한 지구온난화로 피폐해진 땅과 물이 늘어간다. 오늘도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쌓아 올린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최근 유엔이 주도한 기후환경에 대한 공동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는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라는 지구 온난화 안전 한계치를 넘어 2도 상승의 시나리오조차 상당히 초과하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주요 해수면의 상승을 이끌어 해안가와 섬 지대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극단적 기상현상의 발생과 강도를 증가시켜킴으로 세계 곳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나게 될 것임것을 의미한다. 이미 30년 전(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부터 세계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공동대응을 약속했지만, 오늘날의 이런 결과로 평가하건대, 우리의 지난 약속은 구속력이 없었고, 우리의 지난 실천은 지나치게 미미했다. 국가와 개인의 경제성장, 소비, 풍요, 편리를 향한 욕망을 제어하지 않는 한, 어떤 과학도 어떤 정치도 이 파국을 향한 치달음을 막을 수 없다. ‘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국 파국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개인이 나서야 할 때]
산업혁명 이후 약 150년간 우리는 무수한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살아왔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거리낌없이 배출하며 살아왔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시공간과 활동 가운데서 우리의 생활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별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풍요와 편리가 그저 인간을 향한 하늘의 축복이라고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종류의 순진한 생각으로는 지속가능한 삶을 꿈꿀 수 없다. 무엇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리를 넘어 어떻게 해야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가 평화롭게 이 지구 위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대응과 관련하여 정부나 기업이 맡아서 변화시켜야 할 분야가 가장 많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한 올곧은 시나리오와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야 하며, 기업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최소한의 폐기물을 남길 수 있는 제품의 판매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부나 기업이 이런 과제들 앞에서 과연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몇 년에 한번씩 교체되는 정권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 힘들며, 이윤을 목적으로 한 기업은 이윤이 되지 않는 한 생태계 문제를 외면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부가 정의로운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며, 기업이 이윤을 넘어서는 생태계에 향한 보편적 책임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을까?

사회변혁운동의 동력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의 변화를 향한 요구 즉 개인의 단합된 힘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미미해 보이는 개인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시스템을 거부하고 성장과 소비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며, 삶의 생태적 전환을 모색하고 요청할 때, 정책과 제도의 변화와 함께 사회 전반의 변화도 가능해진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2021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주도한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은 이런 사회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갈 힘을 지닌 개인과 교회를 향한 기후행동 요청이었다. 이 캠페인은 교회와 개인이 탄소절감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생활의 영역을 7개 분야(식, 의, 주, 교통, 에너지, 문화, 경제)로 나누어 각각의 실천을 제안하고 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식생활 : 기후 미식 (Climate gourmet) - 채식하기, 로컬푸드 확대하기
2. 패션 : 슬로우 패션 (Slow fashion) - 소박한 옷장 꾸미기, 새활용(Up-cycling)하기
3. 주거 : 미니멀 라이프 (Minimal life) - 덜 사고 오래쓰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참여하기
4. 교통 : 녹색 교통 (Green transport) - 자전거 이용하기, 공공교통 이용하기
5. 에너지 : 그린 에너지 (Green energy) - 에너지 소비 줄이기, 햇빛발전소 설치하기
6. 문화 : 녹색 서재 (green library) - 영상 끄고 책 읽기, 숲(정원) 가꾸기
7. 경제 : 생명의 경제 (economy of life) - 녹색투자에 참여하기,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참여하기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개인의 이런 작은 노력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 그러나 우리는 성서의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수천의 군중을 먹이신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풍성함의 근원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오히려 움켜쥐지 않고, 감추어 두고 저장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개인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우리에게 지시한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소유를 늘리고 자원을 독점하려는 자들의 손안에 있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내 놓는자, 하늘의 풍성함을 신뢰하는 자들의 손안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는 말씀이다.(월터 브루그만) 자기를 물리고 다른 이의 삶에 관여하는 개인, 다른 생명을 돌보는 개인, 행동하는 개인은 더이상 개인이 아니라 변화와 구원의 통로이다.

[삶을 거룩하게, 걸음을 반듯하게]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 로마서 12장 1절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산 제물’, ‘살아있는 제물’을 넘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물질의 노예로 살며, 다른 생명을 죽이고 생명 세계를 파괴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삶이 과연 ‘살아있는 삶’일 수 있을까? 그 삶을 신 앞에 떳떳하게 제물로 바칠 수 있을까? 결국 종교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살아있음의 의미, 삶의 거룩함을 향한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물러남을 알게 되고, 결국 파국으로 향한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의 걸음, 그 족적은 자신도 하나의 생명으로 온전히 살며, 다른 생명을 살리는 ‘초록 발자국’이 되어야 한다. 대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그린 엑소더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연재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