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애도에서 저항으로

작성일
2020-04-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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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고 하는 스웨덴 청소년 활동가는 그날 연설을 위해 대서양을 무동력배로 건넜고,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국가의 정상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How dare you”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어떻게 감히!”, 그녀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고, 생태계는 붕괴되며, 생물대멸종을 향해 달려가는데 어떻게 감히 그 앞에서 당신들은 돈과 끝 없는 경제성장만을 이야기하느냐고 세계 정상들을 향해 질타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승인된 1.5℃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1.5℃를 넘지 않도록 각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계치에 따라 다르지만 약 1℃ 가량 상승한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호주 산불과, 남극의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 세계 각지의 가뭄, 고온과 폭염, 슈퍼태풍, 폭우로 인한 물 난리 등을 겪고 있다. 이런 일들은 결국 내전과 전면전, 제노사이드, 독재, 야생생물 멸종, 난민의 발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호주 산불의 원인에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이 있었고, 시리아의 참혹한 현실과 난민행렬의 뒤에는 2년의 가뭄과 농토의 황폐화가 있었다.
1.5℃, 즉 남은 0.5℃를 넘기지 않기 위해 보고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2030년까지 약 45%의 탄소 배출량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혹은 순제로), 즉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해져서 대기중 추가적 탄소 배출이 없는 상태를 이루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현재 배출량에서 15~20%씩을 감축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 줄어든 해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뿐이었다. 기업들의 줄도산과 수많은 이들의 실직, 일가족 살해와 자살이 매일 뉴스에서 보도되던 시절 말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작년 연말 실행위원회에서 채택한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대한 성명서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야기하지 않도록 국가와 체제, 문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는 구조와 체제, 문명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동하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를 새롭게 상상할 때이다.
영국에서 시작한 ’멸종저항(XR, 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인류를 비롯한 뭇 생명을 멸종에 이르도록 만드는 구조, 체제, 문명에 대해 비폭력, 불복종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이들의 운동에는 참 인상적인 부분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애도 작업(grief work)은 특별히 인상적이다. 이전에 지천으로 피어 만발하던 풀꽃들이나 곁에서 나풀거리던 나비와 풀벌레들, 봄이 되면 곳곳에서 울어대던 새들과 개구리, 도롱뇽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나무들의 사진을 펼쳐놓고 함께 슬픔을 나눈다. 일부는 이미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머지는 앞으로 사라져갈 생명들이다. 바로 기후위기의 희생자들이다. 멸종저항의 애도 작업은 우리가 지켜야 할 ’공동의 집 지구‘에 대한 감각과 이웃 생명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태적 회심‘을 불러일으킨다. 창조세계와 이웃 생명들의 고통에 깊이 연대하는 일인 것이다. 결국 기존 체제와 문명, 그리고 구조에 대한 저항이 이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도 기후위기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슬픔을 함께 묵상해보는게 어떨까? 마침 사순절이니 말이다.

* 이 글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간사가 기독공보 '현장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 사진 : https://rebellion.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