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개발, 그 오래된 거짓말

작성일
2019-08-14 11:2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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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그 오래된 거짓말 : 2019년 종교환경회의 종교인 대화마당

임 준 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나무 한그루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물이 오염되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물고기 한 마리가 그물에 걸리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크리족 인디언 시애틀 추장이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은 개발과 돈벌이를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하는 지금의 인간 문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2019년 종교환경회의 종교인대화마당은 ‘개발, 생태계는 어떻게 붕괴되는가?’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종교환경회의는 각 종교 환경단체들이 환경현안에 대한 행동을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도 시작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종교환경회의는 지난 세월 새만금 사업, 4대강 사업,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개발 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번 2019년 종교인대화마당의 주제발제는 제주 제 2공항과 제주 난개발 문제였습니다.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 박찬식 교수님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찬식 교수님은 제주도는 관광을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여러 개발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제주도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관광단지와 리조트 호텔을 위해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은 30%가량 훼손되었고, 지하수 고갈현상과 오폐수로 인해 근해 어업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감귤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오르는 땅값으로 인해 덩달아 오르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감귤농사를 포기하고, 개발업자들에게 땅을 팔아버리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악순환으로 제주 경제는 관광업에 종속이 되었습니다.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 즉 과잉관광 때문입니다. 하와이의 1/15면적인 제주도에 한 해에 하와이의 두 배 가까운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고, 관광객을 위한 과도한 시설로 인해 제주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함께 이야기 나눈 문제는 골프장 개발이었습니다. 개발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골프장입니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골프장 문제과 토지강제수용의 문제를 놓고 싸우고 계신 원주 녹색연합 대표 박성율 목사님은 골프장 사업이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농약사용으로 땅을 오염시키고, 숲을 파괴하는 사례를 설명하며 골프장 개발사업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색연합 배재선 팀장은 이러한 개발과 파괴로 인해 병들어가는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리왕산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강원도는 몇 일간의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를 위해 원시림을 망가뜨린 후 복원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리왕산은 여름철 산사태와 추가적인 숲의 훼손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원도는 산림복구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올림픽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며 곤돌라를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오후 시간은 다섯 종교가 각 종단의 교리와 경전의 정신에 입각해 개발에 대한 시각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표현방식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엔 생태적이지 않은 개발이 가져올 문제를 하나같이 지적했습니다. 어린 시절 전설처럼 듣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아무개가 가지고 있던 땅이 개발사업에 포함되어 떼돈을 벌고, 그 돈으로 빌딩을 사서 지금도 호의호식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겠지요. 지금도 이런 이야기는 땅 가진 분들의 로망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로망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발전을 통한 이익도 있을 것이고, 결국 다 서로 서로 좋은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질문은 결국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하는 것입니다. 돈을 위해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야 하는 이웃들과 포클레인 궤도에 밟혀 목숨을 잃을 수많은 생명들의 고통을 외면해야 하는 걸까요? 나무를 베어내고 숲을 파헤치고, 강의 물길을 막고, 바닷물을 막고 갯벌을 덮어버리는 파괴적인 개발은 결국 모든 이들을 고통스럽게 할 뿐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은 돈을 벌겠지만 그들은 지구적 고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방식의 삶이 마주할 미래는 위험천만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 위기의 당사자가 될 것입니다.

크리족 인디언 추장의 말처럼 우리는 돈을 먹고 살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은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는 숲과 강, 그리고 바다와 들판입니다. 개발사업은 이들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할 뿐입니다. 우리의 공동의 집이자 은총의 공간인 창조세계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는 일을 멈추고, 돌이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