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캠페인

1. 기후 미식 : 채식과 로컬푸드가 지구를 살립니다

작성일
2021-04-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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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원시의 땅, 아마존 지역 원주민 조에족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 감독은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눈물을 촬영하던 때를 회고하며 아마존을 비행기로 지나면서 내려다보면 항상 정글 어디에서인가에 불이 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비가 자주 내려 습기가 가득한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에 왜 화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요? 이 화재는 자연적으로 일어난 화재가 아니라 브라질의 개발업자들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태워 없애고, 그 자리에 가축을 방목하는 농장을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방화로 발생한 화재였습니다.


브라질 국립환경연구소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개발업자들의 방화로 사라진 열대우림 면적만 해도 서울시 면적의 100배가 넘는 72,000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노력으로 열대우림의 면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언제라도 열대우림을 다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개발업자들의 폭력으로 에스페란자 지역에서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와 농민들을 위해 헌신한 환경운동가 도로시 스탱 수녀와 브라질 노동자당 창당의 주역인 치코 멘데스를 비롯한 원주민과 농민들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의 개발업자들은 범죄 집단과 같이 폭력을 불사하면서 왜 이리도 집요하게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있을까요? 그들이 아마존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의 탐욕을 채워줄 소의 사료인 콩을 기르는 농장과 소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방목지에서 사료를 재배하고 소를 기르는 일이 돈이 되기 때문이지요.

 

열대우림의 감소는 기후 변화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열대우림의 나무가 화재로 연소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됩니다. 동시에 열대우림이 사라지면서 열대우림이 담당하고 있던 대기에 어마어마한 양의 수분을 공급하는 작용이 줄어들고 인근 지역의 대기 중 수분 감소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가 발생합니다. 결국 이러한 생태환경의 변화는 국지적인 홍수 혹은 가뭄을 촉발시켜 열대우림의 생태계가 붕괴되어 건강한 풀과 나무들이 감당해온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 배출을 줄어들게 만듭니다. 만일 우리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소를 기르는 농장으로 개발하는 일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마존 숲을 파괴하고 조성한 농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의 양 또한 심각합니다. 축산업은 모든 교통수단이 내뿜는 메탄가스보다 4배 많은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기후 변화 유발산업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16.5%에 달하며, 특히 육류제품과 관련된 부분의 비중이 61%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식 7과 물 10만 리터가 필요하며, 운송과 포장 과정까지 포함하면 무려 60CO2-eq(온실가스 인벤토리)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을수록 기후 변화가 심각해진다는 이야기가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2019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0차 총회에서 채택된 기후 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서도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축산을 통한 고기와 유제품을 덜 먹게 된다면 적은 양의 토지로도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권고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환경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종교적, 건강상의 이유로 동물 고기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채식은 육식에 비해 영양적인 측면에서 모자람이 없고, 균형 잡힌 채식 요리는 오히려 영양이 넘쳐나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줄 건강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콩고기, 합성단백질고기, 식용곤충고기 등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살린 다양한 대체육이 개발되고 있어 채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장기 구조나 치아 구조를 생각할 때 육식보다는 채식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창세기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1:29)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하나님은 채식만으로도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이 세계를 창조하신 것이지요. 다니엘서에는 느부갓네살 왕의 왕궁에 머물던 다니엘이 채식만으로 육식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아름답고 살이 더욱 윤택”(1:15)하게 보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누신 성만찬의 식탁 역시 떡을 가지고 축복(14:22)하셨고 음식상에는 떡과 포도주로 차려진 소박한 채식 식단이 차려져 있었음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아마존 숲의 감소와 기후 위기는 우리가 하나님께서 차려주신 풍성한 채식 식탁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육식에 탐닉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속한 기독교 공동체에서도 기후 위기와 창조 세계의 위기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의미로 고기 안 먹는 주일’, ‘채식 주간을 정해 공동체의 식사를 채식으로 준비하고, 한 주간 채식 경험을 교우들과 함께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육식을 잠시 멈추고 육류의 소비를 줄인다면 그만큼 지구의 숲과 들이 창조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공동체 식탁에서 소외된 채식주의자들이 모처럼 즐겁게 공동식사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101일은 세계 채식의 날입니다.

  

- 이 글은 '그린 엑소더스'(이진형 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편집, 삼원사 출간)에 실린 글입니다. 

- 책은 인터넷 서점이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눈 쌓인 겨울 숲을 걸어보면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의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세 갈래로 갈라진 크고 작은 새 발자국부터새들을 살금살금 따라가는 들고양이 발자국고양이 냄새에 흥분했는지 어수선하게 찍혀 있는 강아지 발자국천천히 걷다가 무엇에 놀랐는지 후다닥 뛰어간 고라니 발자국그리고 신발 밑창 모양대로 찍힌 사람의 발자국까지인간이나 동물은 땅을 걸을 때마다 크고 작은 발자국을 남깁니다발자국은 그 생물이 살아가는 영역을 나타내기도 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움직임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이기도 합니다과학자들은 그 옛날 공룡의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화석을 보고 공룡의 생태와 크기를 짐작하기도 합니다이러한 동물과 사람의 발자국에 착안해서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뒤 사용하고 폐기하는 데 이르는 상품의 생애 전 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측정해 제품에 표기한 것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방금 전 간식으로 먹은 피자 한 조각의 탄소발자국을 생각해볼까요피자에 사용된 밀가루는 캐나다의 넓은 들판에서치즈는 뉴질랜드의 유제품 가공 공장에서올리브 절임은 그리스의 농가에서토핑으로 얹은 파인애플 조각은 필리핀에서얇은 햄은 프랑스에서매콤한 칠리소스는 멕시코에서 원재료 상태나 가공되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배나 비행기자동차로 우리나라에 건너옵니다맛과 가격과는 상관없이 이들 식품은 생산지로부터 소비지까지의 이동 거리가 길기 때문에 국내산 재료특히 내가 사는 동네 인근에서 생산한 밀우유과일고기로 만든 피자에 비해 더 큰 탄소발자국을 갖게 됩니다탄소발자국이 클수록 기후 위기를 가속시켜 지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상품이고상대적으로 탄소발자국이 작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지구 생태환경에 도움이 되는 상품입니다만일 똑같은 피자인데 탄소발자국이 큰 피자와 탄소발자국이 작은 피자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피자를 간식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해외에서는 이러한 탄소발자국 표시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 소비자들의 윤리적 선택을 돕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이루어지도록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더불어 탄소발자국이 적은 상품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서 기업이 제품의 생산유통사용폐기의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끌어내고 있습니다우리나라도 일부 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에 탄소발자국을 측정해 표기하고 있지만아직은 의무적 규제가 아니고 자발적인 참여인데다 기업 역시 탄소발자국 표시로 얻는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에 실제적인 표시가 미미한 상태입니다해외 주요 기업들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세워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발생을 상쇄시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 반해 아직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빨리 탄소발자국 제도를 개선해서 환경의식을 가진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정부와 시민들이 기업의 탈소발자국 저감 노력을 이끌어 가야 할 것입니다.

 

기후 변화 시대에 가장 합리적인 소비는 값싼 소비가 아니라 생태적인 소비입니다신약성경의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필요한 다른 것을 구하기에 앞서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마 6:33)고 가르치십니다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에는 생활을 위한 하루에 필요한 양식’(눅 11:3)을 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신앙인은 현재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소비가 아니라 어떠한 소비가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인지를창조 세계를 살리는 생명의 경제를 만드는 것인지를 기도하며 고민해야 합니다어떤 물건이 지구 환경에 해를 덜 주는 재료로 만들어졌고생산과 이동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었는지또 폐기 과정에서도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지가 우선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합니다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하나님이 만드신 하나님의 집(히 3:4)이고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은 하나님의 언약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창 9:10) 같은 식구이기 때문입니다그 때문에 우리의 경제 활동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식구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특별히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식품이 먼 거리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하기 위해서는 약품을 사용해 살균살충방부 처리를 하거나 냉장냉동 상태로 이동해야 하는데그 과정에서 식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입니다최근 국제 무역을 통해 전 세계에서 생산소비되는 글로벌 푸드’(Global Food)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입니다내가 살아가는 인근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되는 식품인 로컬 푸드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통한 지구환경 보호지역 식품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시장 확대소비자의 안전한 식품 확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식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지역 경제의 상생을 도모하는 사회생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특히 학교 급식 분야에서 로컬 푸드 운동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지역사회가 미래세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더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일을 함께 고민하며 참여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독교 공동체의 왕래가 잦은 공간에 로컬 푸드 매장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이웃들이 정성껏 재배한 식품을 모아 로컬 푸드 매장에서 나누도록 자리를 마련하면자연스레 마을 사람들이 교회의 문턱을 편안히 넘나들지 않을까요또 공동체의 공동식사를 준비할 때도공동체 구성원들의 밥상에 로컬 푸드 식품을 사용해 공동체 식구들도 건강한 밥상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덩달아 지역사회의 탄소발자국도 점점 줄어들게 되겠지요흔히들 기독교 공동체가 소금 역할(눅 14:34)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그런데 그 소금이 저 멀리 외국에서 수입된 탄소발자국이 커다란 글로벌 소금은 아닐 테지요<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