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성명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하라!

작성일
2022-08-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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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하라!

 

2022년 6월 2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이하 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건의로 시작된 ‘산악관광활성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남원시는 대규모 산악열차 계획을 발표하였고, 현재 계획 중인 육모정~고기삼거리~고기댐~정령치(13km) 구간은 당시(2015년) 발표된 산악열차 계획 구간의 일부이다. 그리고 남원시는 이 산악열차를 기존 도로를 활용한다는 이유로 생태적인 산악열차라 선전하고, 이 사업이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것이라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아닌 보전의 대상이어야 하는, 게다가 수많은 생명의 삶의 터전인 지리산을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가당치 않은 것임에도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개탄스럽다. 우리 종교인들은 국립공원 지리산을 지키고 보전하여 수많은 생명이 제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종교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섰다. 돈벌이를 위해 지리산을 훼손하고, 망가뜨리려는 이들이 속히 반성하고 즉각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을 백지화하기를 촉구한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보전의 대상이다.

남원시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의 70% 이상이 국립공원 구간이다. 국립공원 지정은 자연을 활용가능한 자원에서 보전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선언이고, ‘자연생태계와 문화, 경관의 보전을 위해 환경부장관이 지정하여, 국가가 직접관리하는 보호지역’이라고 국립공원공단이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 사업의 경우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공간이다. 특히나 지리산은 1호 국립공원으로서 오래전부터 보전의 필요성이 큰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했던 하동군도 결국 기획재정부 원점 재검토 결정과 민자사업자 포기로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지 않은가. 훼손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데 힘을 쏟아도 부족한 기후위기 시대에 돈벌이를 위해 이 공간을 망가뜨리는 것은 지리산뿐 아니라 모든 국립공원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은 정당성이 결여된 사업이다.

남원시의 산악열차 건설계획은 2026년 철도연의 고기리 ~ 고기댐까지의 1km 시범사업 종료 이후 건설된 구간에 연장하여 육모정에서 정령치까지의 구간에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것이다. 기존 철도연의 시범사업은 1km구간이라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지 않고, 이후 2026년 건설이 시작되기 전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기존에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궤도로 바꾸어 열차를 운영하는 산악열차 사업이 왜 필요한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왜 철도연이 산악열차 시범사업이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원시는 기껏해야 산악열차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객들의 방문을 통해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돈벌이를 위해 산악열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경제성 평가 주장이 엉터리라는 사실은 자료를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산악열차를 놓는 경로에 있는 고기리의 주민들에게 도로는 생명줄과 같다. 그런 도로를 폐쇄하고 궤도로 변경하는 것은 엉터리 경제성 평가로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저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원시가 이러한 계획을 수립한 것은 주민들의 삶을 망치는 일이다.

 

지리산은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국립공원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 등 44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함해 10,653종의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2020년 12월 31일 기준). 그리고 산악열차 계획지역은 반달가슴곰이 사는 서식지이다. 그리고 반달가슴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관광이나 유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공간이라는 말이다. 남원시와 철도연은 기존 도로를 대체하여 궤도를 건설하는 것이므로 자연환경의 훼손이 없으리라 장담하지만 산악열차 건설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하고, 이후 운영 시 발생할 소음 역시 기존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이는 여러 생명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리산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복원한 반달가슴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자 하늘다람쥐, 무산쇠족제비, 표범장지뱀, 새호리기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삶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상황을 직면하여 생태계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불러온 결과를 보았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겸손히 자연을 대하지 않을 때 생겨난 일이다. 우리는 탐욕으로 인해 자연이 인간에 값없이 베풀던 풍요와 아름다움을 많이도 잃어버렸다. 우리는 또한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의 안위를 위해 애쓰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멸종해버릴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종교의 오랜 가르침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생태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실이다. 지리산을 지키는 일은 그래서 우리의 이웃인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이자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 종교인들은 산악열차가 아니라 지리산의 생명이 제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국립공원이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생태의 보고로서 지리산이 유지되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와 우리 이웃생명이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 평화의 공동체 지리산을 소망한다. 남원시는 지리산을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산악열차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생명 평화의 공간 지리산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을 시작하라.

 

2022. 8. 24

종교환경회의, 지리산종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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