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악한 일을 그치고, 정의를 찾아라

작성일
2022-03-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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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악한 일을 그치고, 정의를 찾아라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이사야 1:16-17)

여기가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지난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이곳 삼척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최초 발화가 누구에 의한 것이었든 산불피해를 가중시킨 것은 기후위기였다. 1,2월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턱없이 줄어 숲은 건조했고, 산불은 건조한 숲을 삼켰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앙을 눈앞에서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의 필요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삼척 시내와 멀지 않은 곳에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계획되고 시작되었다. 이를 위한 부대시설로 맹방해변에는 석탄수송을 위한 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함께 멸망의 길로 향하게 만들 시설이 건설 중인 것이다. 이는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나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닫아도 기후위기 대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연일 배출할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석탄화력발전소는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석탄 분진은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생활하는 삼척시내에서 한눈에 보이는 거리에 그것도 심각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은 주민들의 건강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고통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모든 지역이 호소하는 피해다. 전문가들은 2000MW를 넘는 석탄발전소 2기의 건설이 최대 1000명 이상의 사람을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호흡기 질환, 폐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등의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피해이며, 온전히 석탄화력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이 몸으로 감내하는 피해다.

우리는 여기서 생산될 전기가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수도권으로 향하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로 인해 민주적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지역에 크나큰 갈등을 유발하는 동해안 - 신가평 500kv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 중이며, 이는 지나는 곳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건강에 해를 끼친다. 수도권이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역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계를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거주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불의’라고 부르고 그런 선택을 ‘비민주적’이라고 말한다. 지역은 수도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숫자의 많고 적음이 지역의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운 시설을 지역에 강요하며 수도권은 그 이익만 누리는 지금의 불의하고 비민주적인 구조는 결국 우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하물며 석탄화력발전소 자체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퇴출되어야 할 좌초자산이다. 세계적 추세는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어가고 있다. 석탄화력이 끼어도 좋은 미래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 전체를 암울한 잿빛으로 만들 석탄화력발전은 당장 멈추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곳 삼척이 두 차례의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지역이란 사실을 기억한다. 언제든 삼척시민들은 불의하고 비민주적인 결정에 맞서 싸웠으며, 막아내었다. 정권이 바뀌며 다시 또 중단되었던 핵발전소의 소식마저 들려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곳 기후위기의 최전선 삼척에서 다시 탈석탄, 탈핵의 바람이 시작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선 전 삼보일배를 통해 탈석탄의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었던 삼척 시민들의 목소리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의 셈법이나 자본가의 탐욕이 삶을 망쳐놓을 수 없도록, 우리는 삼척의 시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악한 일을 그치고, 정의를 찾아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는 정의를 이루는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2022. 3. 30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강원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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