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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체르노빌 핵사고 36주년,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작성일
2022-04-26 13:29
조회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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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체르노빌 핵사고 36주년,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가 발생하고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체르노빌 발전소 반경 30km는 아직도 출입이 통제되어 주민들은 고향을 잃은 채 뿔뿔이 흩어졌다. 파괴된 핵발전소 바닥에는 여전히 200t의 핵폐기물이 남아 있지만, 사고 당시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덮고, 교체해가며 방사능 유출을 간신히 막고 있을 뿐이다. 체르노빌에 인접한 벨라루스 주민들의 20년 간 갑상선암 발병 비율이 10배나 폭증했고, 영국은 방사능 비가 내린 9,000곳의 농장을 26년간 사용제한했다.



 체르노빌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암을 비롯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그 피해들은 국제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사고 직후 소련이 사고를 은폐했기 때문이다. 폭발 사고로 인한 이상 징후를 인근 주민들은 물론 주변국들도 감지했지만, 소련은 가능한 사고를 숨기며 과소평가하기에 바빴다. 이틀이 더 지나 떠밀리듯 사고를 알린 까닭에 사람들은 피폭을 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방사능에 노출되었으며, 사고 이후 소련은 방사선 피폭 기준치를 5배나 완화시켰다.



 지금도 산불과 같은 재해가 닥치면 방사능 낙진이 대기 중에 떠다닌다.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교전이 벌어지자 방사선 수치가 급등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러시아군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 위를 지나며 방사성물질이 떠올랐을 것이라 추측했지만 여전히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줄 뿐이다.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핵발전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대형 사고는 25년이 지나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또 다시 반복되었다. 2011년의 후쿠시마 핵사고 역시 체르노빌 핵사고와 다르지 않다. 일본의 핵발전소는 체르노빌과 달리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로 17만 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잃었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정부는 사고 수습과 폐로는 커녕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것에 급급하다. 매일 발생하는 140톤의 오염수를 감당하지 못해 주민들과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양 방류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말하지만 매년 핵발전소는 잦은 사건사고로 가동을 멈추고 있다. 최근 발생한 울진 산불은 핵발전소 담장 안쪽까지 불이 붙었다. 핵발전소의 가공할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다수의 소방인력과 자원이 핵발전소를 우선 방어하는 사이 주민들의 터전은 전소되었다. 영광에서는 한빛핵발전소 격납건물에서 공극 140여개가 발견돼 5년 째 가동이 중단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지만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후쿠시마 후속 대책 예산은 40% 축소됐다. 핵산업계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핵발전소 확대와 연장 가동을 촉구한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원전생태계 복원을 위해 핵발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신규 핵발전 사업을 재개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꾀하려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들어야 할 것은 산업의 이익만을 염두에 둔 원전 산업계의 호소가 아니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비극과 고통의 소리이다.



 핵발전은 결코 안전할 수 없고 인류에 희생과 비극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쟁에도, 예측불가능한 자연재난에도 핵발전은 그 어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뒤늦은 조치는 참사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결코 수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원전 최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새 정부를 맞이해야하는 지금, 체르노빌 참사 36년 째인 오늘도 여전히 핵산업계의 안전이 아닌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라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참담할 뿐이다.



우리는 체르노빌 핵사고의 희생자들과 36년 째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생명들을 기억하며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체르노빌을 기억하고, 제 2의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핵발전의 비극과 사고의 교훈을 잊지 말고 하루 빨리 핵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를,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한다.



2022년 4월 26일



탈핵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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