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의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작성일
2021-04-26 12:09
조회
1060

제목 없음-2.jpg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10차 총회 선언문>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의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어라. 지금은 너희가 주를 찾을 때이다.
묵은 땅을 갈아엎어라. 나 주가 너희에게 가서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겠다.“
(호세아서 10:12)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이하 핵그련)는 핵 없는 세상을 꿈꾸며 지난 10년간 생명을 향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후쿠시마의 핵사고가 우리에게 알려준 참혹한 진실을 알리고, 교회가 생명의 길을 선택하기를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후쿠시마 핵사고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가 그토록 기도하며 외쳐온 한국의 탈핵은 아직 선언에 불과할 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그련은 제 10차 총회를 맞는 이 자리에서 핵 없는 생명의 세상을 향한 걸음을 변함없이 이어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선언이 고백한 바대로 ‘피폭자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핵 없는 세상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이제 10년이 지났을 뿐입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핵사고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경험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녹아내린 연료봉은 아직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물을 부어 열을 식히기에 급급할 뿐 근본적인 처리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핵사고로 방출된 수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오염시켰습니다. 후쿠시마 지역은 제대로 된 제염조차도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지만, 일본 정부는 통제 가능한 안전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며 피난민들을 강제귀환 시키고, 노동자들을 피폭의 위험으로 내몰았습니다. 급기야는 하염없이 쌓여가는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전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공멸로 내모는 비이성적인 결정까지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사고를 그저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주문으로 무마하려는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의 태도를 바라보며, 우리는 후쿠시마 핵사고는 이제 10년이 지났을 뿐이고, 핵 없는 세상을 이루기엔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한국의 탈핵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핵을 선언했을 뿐 핵발전소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여전히 은폐되고 있으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만 해도 한빛 핵발전소의 격납 건물에서는 감추어졌던 공극이 발견되었고, 월성 핵발전소의 지하수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수원은 은폐와 축소,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원안위는 존재의 이유가 무색할 지경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설치해놓은 수소제거장치(PAR)는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었고, 오히려 사고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폐로를 선언했으나 정작 폐로를 위한 기술은 확보되지 않아 폐로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공론화는 문제의 심각성과 논의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조작 의혹으로 공론화 자체의 신뢰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여전히 탈핵에 대한 가짜뉴스가 만연하고, 핵발전소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핵발전소로 인해 당한 건강의 피해를 호소했지만, 국가는 이들에게 소송으로 대응했고 법원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한국의 탈핵은 탈핵 선언 이전과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제자리를 걷고 있습니다.

피폭자의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길을 열어갑시다.
핵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 길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이 말하듯 ‘피폭자의 자리’에 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길입니다. 우리는 피폭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피폭자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눈물 위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피폭의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의 책임을 지는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킬 답이 ‘피폭자의 자리’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피폭자의 입장에서 핵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피해를 당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평화로운 정책이 수립되고, 정의로운 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시민으로서의. 신앙인으로서의 책임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정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묵은 땅을 갈아엎는 쟁기질을 시작할 때입니다. 핵발전소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의 자리에 서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와 생명을 일구어 나가야 합니다. 핵그련은 이제 10회기를 시작하며 지난 10년의 무기력함과 제자리걸음을 넘어서, 핵으로 인한 폭력에 당당히 맞서며, 오래된 관행과 거짓, 불의의 묵은 땅을 갈아엎을 것입니다. 핵으로 인해 고통 받는 존재가 사라지고, 피폭자들의 눈물이 없는, 핵 없는 세상이 이루어지는 날을 위해 우리는 끝내 정의의 씨앗을 뿌릴 것입니다.

2021년 4월 23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