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필요한 것은 신공항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기후위기 대응이다.

작성일
2021-03-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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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필요한 것은 신공항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기후위기 대응이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24)

지난 2월 26일 가덕도를 동남권의 신공항 부지로 확정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2월 18일에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제2공항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의 반대의견이 우세하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 10일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는 제2공항 사업의 추진을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금 우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두 개의 공항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정의와 공의라는 성서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정의와 공의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공항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제주 제2공항은 제주 생태의 보고인 오름을 여러 개 절취해야 하고, 공항의 안전을 위협할 철새도래지가 인근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어왔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교통량의 수용은 기존 제주공항의 시설정비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용역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전타당성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음이 이미 밝혀졌다. 아울러 현재도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관광 업소들의 폐수 문제, 난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가 더 많은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 질문에 제주 도민들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제 2공항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들 간의 갈등을 방조해온 원희룡 도지사는 도의회와 합의하여 여론조사의 결과를 따르겠다고 한 본인의 약속마저 외면한 채 제주 제2공항을 추진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과 환경수용력 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및 사전타당성 조사를 아예 면제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특별법까지 제정한 상황이다. ‘동북아의 물류허브’ 와 같은 거창한 수사로 공항 건설을 시대적 과제인 양 선전을 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항공운송 산업 자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항 건설이, 그것도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 바다를 메워서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선거’ 때문이다.
새만금과 4대강과 같이 국민적인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무시한 채 선거용 공약으로 진행된 건설토목 사업들은 여지없이 심각한 환경파괴와 재정 낭비를 초래했다. 우리는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또다시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건설토목 사업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지금 우리가 세워야 할 것은 공항이 아니라 한 줌의 정치인들에 의해 무너진 민주주의이다.

공항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는 2020년 기나긴 장마로 인한 피해와 2018년의 40도를 넘나들었던 폭염을 기억하고 있다. 대규모 화재, 빙하의 해빙, 해수면 상승, 식량생산 감소 등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세계 경제와 인류의 문명을 상상도 못한 모양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기후위기의 한 단면인 코로나19 감염증이 초래한 여행, 여객, 운수 사업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금은 탄소경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신공항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탄소경제를 벗어나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사회 인프라 구축이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그나마 남아있는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대규모 토목공사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적 전환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은 물론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은 당장 중지되어야 하고,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모색되어야한다.

예언자 아모스는 공의가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부르짖었다. 역사가 증언하듯 권력과 돈, 영원할 줄 알았던 문명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우리에게 새로운 공항은 필요 없다.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며 공항을 건설해야겠다고 부르짖는 도지사도 필요 없고, 선거를 위해 지역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법에서 정한 절차도 무시한 채 새로운 특별법까지 만들어 통과시키는 국회와 정부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와 평화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책이다. 정부는 민주적 절차와 필요성을 결여한 신규 공항 건설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기후위기 대응책을 수립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2021년 3월 22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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