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탈핵주일연합예배 성명서 "핵 없는 기후정의의 세상을 꿈꾸며"

작성일
2025-03-10 16:53
조회
46

KakaoTalk_20250310_102606208_01.jpg

<후쿠시마 핵사고 14주년  2025년 탈핵주일 성명서>

핵 없는 기후정의의 세상을 꿈꾸며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이사야 65:17)

새로운 세상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나간 것은 사라지고, 새 것이 옵니다. 낡은 하늘이 걷히고 새 하늘이 펼쳐지며, 묵은 땅이 갈아엎어져 새 땅이 솟아납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 하늘과 새 땅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열망을 담은 세계요,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계이며, 고통 중에 신음하는 피조세계의 절규가 멎는 세계입니다. 2025년 탈핵주일 연합예배에 모인 그리스도인들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거룩한 교회로서, 그리고 이 지구별의 한 생명으로서 후쿠시마의 비극을 기억하고, 핵 없는 기후정의로 펼쳐갈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후쿠시마의 비극이 일어난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두 해 입니다. 정치인들은 권력의 시선으로 보며 손가락을 헤아리고, 자본가들은 이익의 시선으로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우리는 피폭자의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봅니다. 탈핵만이 답입니다. 무너진 삶의 터전, 파괴된 도시와 문명, 죽어가는 피조세계를 정면으로 직시한다면 탈핵만이 답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똑똑히 보았습니다. 발전소가 붕괴되고, 사람은 물론 그 무엇도 살 수 없는 땅이 되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았습니다. 얼마 뒤, 엉터리 조사 결과를 손에 들고 ‘안전하다, 안전하다’ 선언하며 다시 피난민들을 끌고 오고, 방제작업에 이주노동자와 노숙인을 투입하더니, 도쿄전력과 IAEA가 쏟아내는 정보에만 기대어 ‘안전하다, 안전하다’며 오염수를 태평양에 투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 지구의 미래를 저당잡은 거짓과 착취와 폭력과 몰상식이 버젓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피폭자의 자리에서 피폭자의 시선으로, 피해를 당한 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존재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결국 탈핵만이 답입니다.

후쿠시마의 고통을 보고 느끼면서, 우리는 질문합니다. “새 하늘은 언제쯤에나 볼 수 있습니까?” 폭우와 폭설과 폭염이 일상이 되고, 산불과 홍수의 소식에 이어 전쟁의 소식까지 끊이지 않는 오늘,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이 되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질문합니다. “새 땅의 소식은 언제쯤입니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핵산업이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라고 호도하며 후쿠시마의 재앙을 모른 체 하고 있고, 심지어 후쿠시마의 오염수 방류를 적극 옹호하는 형국입니다. 산업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나타난 안일함과 방만함은 우리의 분노를 치밀어오르게 하고, 국회는 ‘신규 핵시설 건설’이 명문화되어있는 고준위 특별법을 ‘민생’ 핑계를 대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건만, 한국수력원자력은 방폐물을 산업폐기물로 둔갑시켜 매립하고 있고, ‘원전최강국’이라는 공허한 구호와, 대형핵발전소 추가건설과 공상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포함된 정부의 핵폭주정책을 고수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는 탄원합니다. “주여, 당신의 새 창조의 날은 언제입니까?”

2025년의 봄을 펼치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앞당기는 일에 한 걸음 보탭니다. ‘탄핵으로 탈핵하자’라는 우리의 구호가 앞당겨올 세상을 그립니다. 그 세상은 핵발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가 없는 세상입니다. 거짓과 왜곡을 걷어낸 세상입니다. 창조세계의 다채로움이 반짝이는 세상입니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세상, 핵발전소가 자리잡은 지역민들의 절규가 멈추는 세상. ‘핵의 평화적인 사용’이라는 모순적인 구호가 사라지는 세상, 그리고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만큼 충분하고 넉넉하게 정의로운 세상입니다.

함께 걸어갑시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퍼뜨립시다. 핵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이 사회에서 몰아낼 때 까지, 감춰지고 왜곡된 정보들과 결정과정을 밝혀낼 때 까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을 때 까지,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정치와 경제문화가 세워질 때 까지 십자가 앞세우고 걸어갑시다. 핵 없는 기후정의의 세상이 우리 눈 앞에 있습니다.

2025년 3월 9일

핵 없는 세상을 소망하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동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