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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기후재난,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기후 비상체제를 수립하라

작성일
2022-09-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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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기후 비상체제를 수립하라

우리는 기후재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올 여름 유럽과 인도,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었고, 동아시아와 중남미 일대에는 강력한 폭풍이 연달아 발생하여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예년 보다 두 배 가까이 쏟아진 폭우와 북부 고산지역의 빙하가 녹아 발생한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국토의 1/3을 물에 잠기게 했으며, 1,500여 명의 사망자와 14,000여 명의 부상자, 660,0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초순 수도권 일대에 내린 집우호우로 인해 일가족이 반지하 주택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고, 9월 중순까지 계속된 폭염으로 전국적으로 1,500여 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적 기후재난은 더욱 빈번해질 뿐 아니라 강력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후재난이 기후변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부유한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 최소한의 도덕적, 윤리적 의무조차 외면하는 등 불의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은커녕 직면한 기후재난에 대한 최소한의 전략도 없는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기후위기를 기회삼아 그린워싱의 변죽만 울리는 한국의 기업들 역시 기후악당의 구태에서 조금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지금 우리는 기후재난을 넘어 의도된 ‘기후 대학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정의주일을 맞아 우리는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탐욕과 무지의 삶을 살아온 우리의 죄를 참회한다. 오늘의 기후재난은 우리가 맺어 온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이웃들에 대한 불의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무엇보다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기후정의의 실현이다. 이제 우리는 생명과 정의, 평화로 오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삶에 두려움 없이 나설 것을 다짐한다.

이에 우리는 먼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기후재난과 기후 대학살로 고통 받는 이웃들과 창조세계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과, 이들을 돕고 연대하는 일에 앞장설 것을 요청한다. 기후정의는 이 시대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선교적 사명이며, 창조세계 및 이웃과의 상호의존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참회와 구속의 길이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일에 기도와 정성을 모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불의한 기후체제에 대응하고 기후정의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걸맞는 기후 비상체제 수립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 무능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기후위기 대응을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제 시민사회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기후 비상체제를 수립하고 정부를 압박하여 정의로운 전환, 기후약자 보호, 에너지 전환, 탄소배출 감축, 기후부채 상환을 실현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메마른 사막에 꽃을 피우고 숲이 우거지게 하실 것을 믿는 믿음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온 생명을 향한 마르지 않는 사랑을 의지하여 기후정의 실현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이 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성령님의 도우심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

2022년 9월 24일

2022년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와 9.24 기후정의 행진에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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